2019년 정부가 발표한 '드론분야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대로 한다면 우리나라는 2021년부터 "본격적인 국산 드론 활용단계"에 접어든다. 정부가 짠 각본대로 올해가 국산 드론 상용화의 원년이 될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한강공원에서 시연한 도심항공교통(UAM) 서비스는 국내 드론 산업이 당면한 과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우리나라 드론산업은 드론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에선 우세하지만, 드론 핵심부품과 완제품 등 하드웨어에서는 약세로 평가받는다. K-드론시스템에 사용된 UAM 서비스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이다. 하지만 K-드론시스템 시연에 등장해 주목받은 기체는 중국 '이항사(社)'에서 만든 'EH216'. 이 드론의 대당 가격은 3억원에 이른다.
국내 드론 관련기업들은 대략 2000~3000개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드론을 자체 제작해 판매하는 곳도 100여곳에 이른다. 하지만 국산 드론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약 4%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드론의 핵심부품은 모터, 프로펠러, 비행제어장치, 전자변속기가 꼽힌다. 국내 드론기체 대부분은 수익성을 고려해 중국산 부품을 이용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어도 드론 10만대를 생산하는 시설 규모를 갖춰야 국산 핵심부품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털어놨다.
생산력을 갖춘 국내 대기업 중 현재 LG전자와 두산이노베이션즈가 드론 개발에 뛰어들었다. 세계적인 모터 기술을 보유한 LG전자는 농업용·군용 드론에 보급할 모터를 개발할 계획이다. 두산이노베이션즈는 드론용 수소배터리를 개발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용도가 제한적이거나 후방산업에 불과한 상태다.
다행히 드론 관련 국산 소프트웨어 전망은 밝다. 우리나라는 액세스포인트, 디스플레이 등을 비롯해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부품이 강세다. 특히 드론제어 소프트웨어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드론제어 소프트웨어는 자율비행을 목표로 한다. 자율비행이 가능해지면 드론은 위성항법서비스(GPS)없이 위치를 인식하고, 비상시 장애물을 회피하는 등 스스로 판단해 동선을 정한다. 드론제어 소프트웨어는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UAM을 상용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일례로 국내 기업 '유비파이'(Uvify)는 드론쇼 관련 기체와 제어시스템 개발의 선두주자다. 유비파이는 최근 현대자동차와 함께 드론쇼를 기획하기도 했다.
드론은 아직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접하기 쉽지 않다. 민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됐던 분야는 물류·배송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가 시도한 드론 택배서비스는 유야무야되고 있는 상황. CJ대한통운과 현대로지스틱스 등 국토부가 진행한 '무인비행장치 신산업분야 안전성 검증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기업들 대부분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관련업계는 고층화된 도심지역에 편중된 배송수요를 감당하기엔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또 천문학적 초기비용을 들여 현 시점에서 굳이 드론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최근 코로나 여파로 중국산 부품 수입에 차질이 생겨 국내 드론 업체와 협업해 자체적으로 아라에어(araAir)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활용범위가 물류센터 실내로 제한된다.
드론 시장은 앞으로 점차 확대돼 2026년에 이르면 9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현재 드론 기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좋은 드론 소프트웨어와 인프라를 갖췄더라도 외산 기체에 의존해야 한다면 드론산업은 '반쪽 성공'에 그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항공안전기술원 한 관계자는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국산 드론의 전망을 묻자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국가기간산업과 공공목적으로 활용될 '산업용 드론'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약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가령 지난 6일 고양시가 철새도래지에 방제 드론으로 방역을 실시했다. 나는 새를 좇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하천과 교량까지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방제를 실시할 수 있다. 스마트팜 사업에도 방제, 파종, 토질조사 등을 위해 드론이 적극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중국 드론을 배척했다는 점이다. 중국 드론기업 DJI가 촬영한 영상은 모두 중국 DJI 본사에 저장돼 한차례 논란을 빚었다. 산업용 드론에 한해 중국과 일본에 앞선 한국 드론이 시장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국산 핵심부품을 쓰더라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하면서 '국산 드론'을 재정의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핵심부품이라 하더라도 대단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 기체 단가를 낮추려면 수입하는 게 당연하다. 삼성 휴대폰 부품이 전부 국산은 아니지만, 기체를 조립하고 설계하는 게 한국 기업이면 국산으로 인정한다는 것. 그는 "오히려 무리해서 모든 부품을 국산화하면 가격이 올라 판매부진으로 이어지고, 개발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je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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