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 쑨 박사연구팀, 재충전 가능한 금속공기전지 개발에 성공
충전효율 문제로 발목잡혀 한동안 주춤했던 '금속공기전지' 업계가 최근 충전이 가능하다는 연구성과를 내면서 활기를 찾고 있다.
금속공기전지는 금속과 공기를 전지의 음극과 양극으로 활용해 전력을 발생시키는 전지다. 금속공기전지는 기존 전지와 비교해 세 가지 이점을 갖고 있다. 첫째 더 나은 성능이다. 화학적으로 안정된 금속을 쓰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가 높다. 둘째 경제성이다. 양극이 공기로 대체되므로 부피가 줄었다. 또 공기를 활용하기 때문에 소재 비용도 낮다. 셋째 안전성이다. 오염물질이나 탄소배출량이 적고, 폭발이나 화재 염려가 없다.
이처럼 금속공기전지는 기존 전지보다 이점이 있지만 충전효율이 떨어지는 두가지 문제 때문에 용도가 제한적이었다. 첫째 금속공기전지는 전지의 용량 손실이 문제였다. 전해질과 산소가 반응하면 음극 표면에 결정이 맺혀 전자의 이동을 방해한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충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다. 둘째 금속공기전지는 기존 전지에 비해 충전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산소와 음극의 반응을 활성화하는 촉매를 사용하면 충전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촉매로 사용되는 백금이 매우 고가다. 그리고 사용할수록 성능이 급격히 저하한다.
하지만 최근 금속공기전지는 수백번 재충전해도 끄떡없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웨이 쑨(Wei Sun) 박사 연구팀은 물을 밀어내는 성질의 이온을 함유한 전해질로 음극 표면에 결정이 맺히지 않는 금속공기전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전지는 용량 손실없이 수백번 재충전이 가능하다. 웨이 쑨 박사 연구팀의 성과는 지난 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공동 연구팀이 금속공기전지를 활용해 1회 충전으로 1000km를 달리는 전기차 전지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전해질을 고성능 세라믹 소재로 대체해 활성산소로 인해 전지 수명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했다. 이렇게 개발된 금속공기전지는 각종 전자기기와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 에너지 저장량의 10배 이상이며, 안전성도 월등히 높다.
전기차 배터리 안정성 문제는 꾸준히 지적됐다. 일례로 지난 23일 이미 리콜 조치를 받은 현대자동차의 코나 전기차에서 또 한번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는 2018년 첫 출시 이후 15번째 화재다. 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금속공기전지가 안정성을 내세워 전기차 시장에서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업계는 금속공기전지 시장에 대해 매우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기술의 한계를 넘어, 사업환경마저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정부 출범 이후 사업환경이 가장 크게 개선될 분야로 '2차전지'를 꼽았다. 또한 미국에너지저장협회(ESA) 켈리 스피크스백맨 대표는 바이든정부 들어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만큼 초당적 지지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재충전이 가능해진 금속공기전지는 전세계적으로 '차세대 2차전지'로 각광받을 게 뻔하다.
앞으로 금속공기전지 시장규모는 2020년부터 연평균 성장율 14%씩 성장해 2025년에 이르면 8억42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외에도 친환경 고속열차, 친환경 선박, 가상발전소 등으로 활용 분야가 발빠르게 확장될 전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금속공기전지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아태지역에 가장 많은 에너지저장설비와 전자기기 판매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공해를 줄이기 위해 인도네시아가 뛰어든 전기자동차 사업도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측돼 금속공기전지 시장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이재은 기자 je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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