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IT업계는 지속적으로 개발자 구인난에 시달렸다. 네이버와 다음(Daum)·카카오가 성장하면서 삼성·LG 등 대기업 인력 스카웃에 나섰고, 최근 몇 년 사이 '네카라쿠배 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라는 취업관련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IT기업의 채용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채용 담당자들은 "최근의 인재 영입 대란은 토스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고 말한다. 토스는 임직원 수가 2016년 67명이었는데 2017년 118명, 2019년 380명, 2020년 780명, 올해 초 850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토스는 올해 상반기에 직원 1000명을 채우겠다고 발표하고 지금도 신규 채용을 계속하고 있다. 4년여 만에 직원 규모가 약 15배 늘어난 것이다. 토스는 경력자를 채용하면 기존 직장 연봉에서 최대 50%를 인상해주고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까지 얹어준다.
최근에는 당근마켓도 '개발자 최저 연봉 5000만원'을 내걸고 "최고의 보상을 하겠다"며 개발자를 뽑고 있다. 당근마켓 역시 스톡옵션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정보앱 직방도 '개발자 초봉 6000만원, 경력 사이닝 보너스 최대 1억원(기존 직장 1년치 연봉)'을 선언하며 개발자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제 직방까지 더해 '네카라쿠배 당토직'이라고 하거나, '야놀자'까지 합쳐 '네카라쿠배 당토직야'라고 해야 할 것 같다"며 "실력있는 개발자가 변호사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내에 직속 헤드헌터를 두는 게 최근 스타트업 트렌드"라며 "다단계나 보험업계처럼, 타사 인재를 경력직으로 추천해 영입이 성사되면 추천한 사람에게 보너스를 주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쿠팡도 개발자 몸값을 올리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쿠팡은 현재 인공지능(AI) 등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개발자를 영입하는 중이다. 쿠팡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한 2년차 경력 개발자 연봉을 6000만원대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력 개발자 200여명을 공채하면서 "합격시 최소 5000만원의 입사 축하금을 주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쿠팡의 이같은 행보에 뒤질세라 SSG닷컴·이베이코리아·11번가 등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도 개발자 처우를 개선하며 인재 영입에 나섰다.
지난해 '코로나19 수혜'로 현금을 왕창 생긴 게임사들도 연봉 인상을 발표하고 나섰다. 넥슨은 이달 1일 "개발자 신입 초봉을 5000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넷마블도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넥슨·넷마블은 재직 중인 직원 연봉도 800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그러자 '배틀그라운드' 제작사인 크래프톤이 지난 25일 "개발자 초봉 6000만원"을 전격으로 발표했다. 크래프톤은 재직 중인 개발자 연봉은 2000만원씩 인상하기로 했다.
한 IT기업 채용 담당자는 "대학 컴퓨터공학과가 기업 현장에 맞게 커리큘럼을 짠 곳이 별로 없다"면서 "개발자의 기본인 논리적 사고조차 배우지 못하고 취업한다"고 한탄했다. 신입을 뽑으면 피팅기간을 3개월 이상 두면서 교육해야 하니까, 당연히 경력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얘기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학교수들이 개발 현장을 잘 모른다. 국내 IT 기업 발전 속도에 맞는 우수 인재를 우리 대학이 못 길러내고 있다"며 "그런데 이민법 장벽도 높아서 해외 인재 영입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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