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사용해야 한다면 재생이 정답"
버려진 페트병으로 옷과 가방을 만드는 곳이 있다.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옷과 가방을 생산하는 '플리츠마마'가 그 주인공이다. 플리츠 마마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서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패션 제품을 만드는 친환경 패션 스타트업이다.
플리츠마마의 왕종미 대표는 "의류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알고 느꼈겠지만 패션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나쁜 영향이 정말 어마어마하다"면서 "언젠가 내 브랜드를 한다면 패션이라는 것도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방향으로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왕 대표는 과거 의류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실제로 플라스틱 폐기물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발생한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322만9594톤으로 최근 10년 사이 약 71.7% 급증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배달음식이 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전년도보다 14.6%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매년 늘어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플리츠마마는 리젠(Regeneration, 재생)으로 해결해나가고 있다.
플리츠마마의 원사(실)는 투명 페트병과 색이 있는 페트병으로 만들어진다. 수거된 페트병 가운데 오염되지 않은 것들을 모아 플레이크 상태로 가공한다. 이 플레이크를 폴리에스터 칩으로 가공해 실로 뽑아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생산된 플라스틱 원사는 딱딱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플리츠마마의 재생 원사는 오히려 폴리에스터 원사에 비해 발색이 좋고 부드럽다. 그리고 가볍기까지 하다. 왕종미 대표는 "페트병 16개만 있으면 가방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면서 "수선도 공짜"라고 강조했다.
◇"위선적, 상업적이다는 비아냥도 받았다"
왕 대표는 "친환경 브랜드로서 패션의 지속가능성과 의식있는 소비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패션 소비재를 만들고 판매하는 것은 담장 위를 위태위태하게 걷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계에서 위선적이라고 비판받은 적도 있고 상업적이라는 비아냥 섞인 이야기를 들은 경험도 있다.
하지만 왕 대표는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해야 할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고민하며 나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 플리츠마마는 연예인 협찬이나 상업성이 두드러진 광고활동을 지양한다. 이와 더해 불필요하게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행위와 온라인 어뷰징같은 행위 역시 하지 않는다. 왕 대표는 "패션과 환경을 대하는 진실된 관점과 태도를 굳게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플리츠마마는 제품 포장도 단일화했다. 소비는 제품을 받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 왕 대표는 큰 부피의 택배 박스, 상품 포장지, 비닐 폴리백 등 불필요한 포장을 걷어내고 자가 접착식 포장을 선택했다. 왕 대표는 "페트병은 사용하지 않으면 가장 좋지만 꼭 사용해야 한다면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이 좋다"면서 "페트병 재생 원사를 활용한 제품인만큼 기왕 구매하신 제품 오랫동안 사용하시라고 무상으로 수선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과 제주도 폐페트병으로 원사 만들어"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1년에 14만톤(2019년 기준)가량의 폐페트병을 수입하고 있다.
플리츠마마도 초기에는 수입한 페트병을 사용했다. 원사를 생산하려면 깨끗한 페트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깨끗한 페트병을 구하기 어려웠다"면서 "상당기간동안 수입한 페트병에 의존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수거된 폐페트병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왕 대표는 "지난해 제주도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프로젝트인 '리젠 제주'를 시행한 덕분에 그때부터 제주도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으로 원사를 만들고 있다"고 "제주도가 시행하자 다른 지역에서도 요청들이 많다"고 했다.
이제는 서울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서울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으로 원사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든 조거세트, 레깅스 등의 원마일웨어를 이달에 출시했다.
◇"기업과 소비자 함께 바꿔나가야"
플리츠마마는 현재 다양한 기업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왕 대표는 "플리츠마마가 에코 부스터와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인식과 문화는 한 기업의 힘으로 바꿀 수 없다. 그래서 플리츠마마는 참여와 연대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친환경 접점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런 의미에서 콜라보레이션은 좋은 방법이었다. 최근 진행한 CU나 락앤락같은 경우는 고객과의 친환경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계가가 됐다. 왕 대표는 "이렇게 꾸준하게 친환경을 알리고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접점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에코 부스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플리츠마마는 앞으로 페트병 재생 원사만 활용하지 않고 다양한 친환경 소재와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접점을 제공할 예정이다. 왕 대표는 "플리츠마마의 방향은 기존의 제품들을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대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방, 의류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제품들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플리츠마마는 2020년 겨울시즌에 리사이클 캐시미어가 30% 함유된 리사이클 캐시미어 제품을 출시했다.
◇ "소비자들 응원과 꾸지람이 자양분"
왕 대표는 "플리츠마마가 지닌 여러가지 자산 중 가장 가치있는 것은 고객과의 연대감과 친밀감"이라고 말했다. 이를 일종의 에코 얼라이언스(Eco Alliance, 환경제휴)라고 소개한 왕 대표는 "소비자들과 플리츠마마는 단순히 생산자와 소비자 이상의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플리츠마마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고객분들이 소셜서비스(SNS)를 통해 적극 응원해주시고 때로는 잘못한 부분을 엄마의 시선으로 꾸지람도 해주신다"면서 "이런 고객과의 연대는 쉽사리 따라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소비자들과의 연대감이 쌓인 이유에 대해서는 "수익과 이윤추구보다 더 큰 가치인 플리츠마마의 패션과 환경을 생각하는 진실된 관점과 태도를 소비자분들이 잘 이해주신 것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단순히 수익을 추구했다면 일반 원사에 비해 몇 배 비싼 재생 원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왕대표의 말처럼 플리츠마마 소비자들 역시 단순한 패션 소비를 뛰어넘어 에코 연대로 끈끈히 묶여있다는 것.
하지만 왕 대표는 "그러나 플리츠마마는 패션이 가진 궁극의 속성인 시크함을 놓지지 않고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로 플리츠마마 소비자분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힘있게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