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속옷규제 논란을 계기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서 '복장규제' 항목이 사라지면서 일선 학교들의 대혼란이 예상된다. 학교가 학생들의 복장과 두발을 규제할 수 없도록 관련 조항이 삭제되면서, 일부 학생들이 사복입고 등교해도 학교가 제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종근 전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장은 19일 뉴스트리와 전화통화에서 "학생인권조례에서 복장관련 조항이 삭제됐다고 해서 학생들이 사복입고 등교하는 등 복장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임 전 위원장은 "교복 문제는 조례와 무관하게 학교에서 정한 규정"이라며 "복장을 자기 마음대로 착용하는 것은 상담이나 선도위원회에서 다루게 된다"고 말했다.
원래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제12조 2항'에는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복장,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하여서는 아니된다. 단 복장에 대해서는 학교 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 일부 여학교에서 학생들의 속옷까지 규제하면서 논란이 일자, 서울시 의회는 학생인권조례의 해당 항목에서 '복장에 대해서는 학교 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이 지난 5일 서울시 의회를 통과하면서 학생들의 복장을 학교가 함부로 규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개정된 조례가 학교내 복장 규칙을 전면 무효화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학생인권조례의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제8조'에 따르면 '학교의 장이 학교 규칙을 제정 또는 개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이러한 규칙을 제정할 때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조례에는 조항이 사라졌지만 상위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복장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최근 서울시 관내 129개의 여자 중·고등학교 중 31개교가 속옷과 관련한 학교 규칙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해당 학교는 속옷 착용 의무를 교칙에 명시했다. 일부 학교는 흰색, 검은색, 피부와 비슷한 색 등 착용 가능한 속옷 색상까지 지정하거나 속옷 무늬, 레이스 유무도 제한했다. 이를 위반하면 규칙을 앞세워 벌점을 부과하는 학교도 있었다.
이번에 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여학생들의 속옷규정같은 교칙을 없앨 수 있는 근거조항이 된다. 학교 공공복리와 질서유지와 관련없는 '시대착오적'인 학교 규칙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다.
임 전 위원장은 "사실 속옷 규정은 학교질서나 공공복리와 직접 관련이 없다"며 "이번 개정으로 학생들의 개성 실현의 자유를 조례로 명시해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 개정된 조례를 놓고 학교와 학생들의 입장이 엇갈리며 이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임 전 위원장은 "두발, 복장 및 용모 등의 자율화가 학생인권조례에 명시되면서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지도에 반감을 품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이를 지도하는 교사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생 지도에 있어서 교사 개개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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