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 공직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은 국민의 엄청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당정은 부동산 개발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해 땅 투기를 하는 공직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이들이 얻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몰수·추징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정작 이번 사태를 주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 공직자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국회가 법안 심사 과정에서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23일 공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상임위 의원들이 고심 끝에 소급 적용을 포기한 사정이 드러난다.
지난 18일 열린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는 땅 투기 공직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열렸다.
법안은 땅 투기에 나선 공직자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이나 그 이익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게 하고, 취득한 재산을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재산을 몰수·추징하는 조항과 관련해 이번 사건 장본인들에 대해 소급적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개진됐다.
소급 적용이 돼야 LH 직원 등의 범죄 혐의가 수사를 통해 입증됐을 때 이들이 사들인 3기 신도시 땅을 몰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도 신도시 토지보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급 적용 방안은 '친일재산귀속특별법'이 친일파가 축적한 재산을 몰수하는 데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소위원장이자 법조인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선을 그었다.
조 의원은 "몰수나 추징, 혹은 형벌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것은 친일 재산이나 부패 재산 같은 것"이라며 "당시 처벌하는 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연법으로 봐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의 범죄가 아니라면 소급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친일재산귀속특별법에 대해선 "일제강점기 친일 행위가 당시엔 이를 처벌하는 법이 없었지만 자연법으로 봐도 분명히 범행에 해당하고 양심의 가책이 있었을 것이기에 이후에 처벌조항이 생겼을 때 소급효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 지정 전 땅을 사들이고 희귀 묘목을 빼곡히 심은 LH 직원 등의 행태로 인해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에 큰 금이 갔고 지지율도 내려가고 있다.
여당 의원들로서도 어떻게든 이들이 한 푼이라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날 안건으로 오른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이 14건에 달한다는 점에서 의원들의 '분노 게이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땅 투기에 나선 LH 직원 등이 아무리 밉더라도 일제시대 친일파와 같은 수준으로 재산 몰수를 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조 의원은 "소급 조항은 백발백중 위헌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의 법 감정을 생각하면 소급효를 하면 시원하겠지만, 이 문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당 허영, 김교흥 의원이나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은 소급 적용 방안을 계속 주장했다.
이에 조 의원은 "헌법을 뛰어넘는 입법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들의 농지 취득 자격을 제한하거나 대토보상에서 제외하면 유사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결국 이날 소위를 통과해 19일 국토위도 통과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선 몰수 추징 조항에서 소급 적용 내용이 들어가지 않게 됐다.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안건으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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