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이어져...중국 의존 시장구조탓"
미국의 중국 제재로 시작된 '반도체 대란'이 자동차 업계를 시작으로 전 산업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대란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4월 반도체 칩 부족으로 현대차 울산·아산 공장 생산라인이 중단되면서 코나와 아이오닉5, 그랜저, 쏘나타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5월에도 생산조정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2분기 생산목표 달성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포드, 폭스바겐, 재규어 랜드로버도 생산량을 대폭 삭감하면서 공장 문을 닫고 직원들을 해고했다. 닛산은 아예 차량용 내비게이션 지원을 멈췄다. 레놀트는 특정 모델들의 핸들 뒤 디지털 화면을 부착하지 않는다.
플루리미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의 패트릭 암스트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포드, BMW, 폭스바겐이 모두 공급병목현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적어도 18개월동안 공급대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완성차 제조업계의 생산차질로 렌터카 업체들까지 불똥을 맞고 있다. 미국 렌터카업체 '허츠'(Hertz)는 싼값에 한꺼번에 대량구매해서 대여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그런데 이번 반도체 칩 대란으로 렌터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허츠는 현재 '옥션'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9일(현지시간) 대만 TSMC 마크 리우 회장은 "6월말까지 자동차 업계 고객사들의 최소한의 요구 조건은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 반도체기업 인피니언 최고경영자(CEO) 라인하르트 플로스는 "지금처럼 반도체가 전 산업분야에서 호황을 누린 적이 없었다"며 "수요와 공급이 재조정될 때까지 분명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년은 너무 길고, 적어도 2022년은 되어야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LG전자와 삼성전자 역시 TV와 가전제품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모바일 기기와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반도체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FT는 내다봤다.
기술발전으로 반도체 칩은 칫솔, 토스트 기계, 건조기 등 쓰이지 않는 제품이 드물 정도다. 이 가전제품들도 모두 반도체 대란의 영향을 받고 있다. 심지어 '반려견 목욕부스'도 공급 차질을 겪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기반을 둔 기업 CCSI는 반려견 목욕부스를 만든다. CCSI 대표 러셀 콜드웰은 회로판 공급자로부터 기존 반도체 칩 공급이 힘들어졌다고 전해들었다. 콜드웰 대표는 "반도체 대란이 영세사업체부터 대형 재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석이 없다"며 "공급 가능한 반도체 칩으로 선회하려면 회로판을 다시 설계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시장이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각국은 반도체 칩 생산량을 늘리고 '기술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유럽위원회(EC)는 200~300억유로(약 27~40조원)를 투자해 현재 전세계 반도체 칩 생산량의 10%에 불과한 유럽의 생산비율을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에 세계 종합반도체기업(IDM) 1위인 미국 인텔은 유럽에 반도체 제조공장 건설을 제의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 6일 독일 각료를 만난데 이어, 다음날 브뤼셀에서 티에리 브레튼 역내 시장담당 집행위원을 만났다. 팻 겔싱어 CEO는 "우리가 미국과 유럽 정부에 요구하는 건 아시아에 비해 더 경쟁력 있는 여건을 여기(유럽)에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기 위해 80억유로 규모의 공공보조금을 지원해줄 것을 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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