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하남·시흥시 공고 물량 초과
"아이오닉5 포기할게요."
전기차 보조금이 이미 절반 가까이 소진돼 올 하반기에 전기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할 처지다.
올초부터 전기차 열풍이 불면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는 사전예약 첫날 2만3760대가 팔렸다. 기아차의 'EV6'도 사전예약 첫날 2만1016대가 계약됐다. 4만5000여대에 달한다. 사전계약 대수가 정부 보조금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어, 이 차량들이 하반기에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합친 금액이다. 지자체 보조금은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 아이오닉5의 경우 최대 1900만원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전기차 보조금은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20일 기준 서울시는 공고물량(우선순위, 법인·기관 물량 제외) 2534대 중 1834대가 접수됐다. 72%에 해당한다. 이대로 간다면 서울시의 전기차 보조금은 상반기에 모두 소진된다. 세종시는 150대 중 132대가 접수됐고, 수원·하남·시흥시는 이미 공고 물량(각각 190대, 94대, 50대)이 초과된 222대, 135대, 76대가 접수됐다. 초과신청시 대기자로 관리된다.
◇ 현대-기아차, 생산차질...테슬라 보조금 싹쓸이
서울 강동구에 사는 장씨는 올 3월 기아차의 전기차 'EV6' 사전예약 했다. 그러나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장 씨는 "전기차 보조금이 많이 소진돼 하반기에는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만약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EV6가 아닌 다른 차를 살 예정"이라고 불만 섞인 이야기를 전했다.
현대차는 올 3월 노사간 양산 협의가 지연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 부족 사태와 전기차용 모터 생산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기차 생산이 지연됐다. 소비자들은 사전예약만 해놓은 채 하염없이 차량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전기차 보조금을 테슬라가 쓸어가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은 한정돼 있고 선착순으로 지급된다. 테슬라가 보조금을 많이 받아 갈수록 현대차와 기아차가 받는 보조금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6220대의 전기차(승용차 기준)가 팔렸는데 그 중 테슬라의 판매량은 절반이 넘는 3231대였다. 현대차(985대)와 기아차(900대)를 합친 것보다 많다. 테슬라는 남은 보조금마저 확보하기 위해 아이오닉5·EV6의 경쟁모델인 모델3·모델Y 약 1만대를 최근 국내로 들여왔다.
이같은 상황에 현대차와 기아차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 현대차, 출고일 앞당기려 안간힘
아이오닉5는 4만3000여대가량이 사전계약됐지만 현재까지 출고된 물량은 200여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아이오닉5 출고가 지연되자 고객들에게 일부 선택사양을 적용하지 않으면 출고를 앞당길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2열 전동 슬라이딩 시트, 후석 승객 알림 등을 포함한 기존 '컴포트 플러스' 옵션에서 후석 승객 알림 사양을 제외하고 가격을 5만원 낮춘 '컴포트 플러스 Ⅱ' 옵션을 새롭게 구성했다. 출고를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한 셈이다.
또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를 포함한 '파킹 어시스트'와 '프레스티지 초이스' 옵션, 4륜구동(4WD) 옵션,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에도 더 빨리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궁여지책에도 보조금이 소진되기전까지 사전계약 물량을 모두 출고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 지자체, 바닥난 보조금 추가 확보 나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최근 환경부와 지자체는 전기차 보조금 추가 확보에 나섰다.
서울시는 오는 6월부터 추경을 통해 지자체 보조금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부산은 오는 7월 추경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 외에 인천·광주·대전 등은 이미 추가 보조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근본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선착순 지급 등 현행 보조금 집행방식을 모니터링하면서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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