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보다 호수 산소농도 더 빨리 감소
1970년 이후 담수환경에 의존하는 동물 개체군이 84%나 줄었다.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호수의 산소농도가 감소한 때문이다.
미국 렌슬리어 공과대학교(RPI) 연구진은 1980~2017년 사이 온대호수의 산소농도가 표층에서는 5.5%, 저층에서는 18.6% 감소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1941년부터 위도 22~66도 사이 393개 온대지역 호수에서 수집한 4만5148개 샘플의 용존산소량과 온도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산소농도가 감소한 것은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분석됐다. 물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밀도가 낮아진다. 이로 인해 물 속에 녹아있는 용존산소량이 줄어들었다. 특히 여름철 폭염은 호수의 표층을 뜨겁게 만들면서 표층과 저층의 밀도 차이를 심화시킨다. 밀도가 높아진 저층수는 더욱 가라앉으면서 표층과 섞이지 않게 되고, 표층이 가림막처럼 남아있게 되면서 저층의 산소는 더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연구결과, 1970년 이래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농업용수 남용 등으로 담수지역의 야생동물 개체군은 84%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논문의 저자 케빈 로즈 RPI 교수는 "모든 복합 유기체는 산소에 의존하기 때문에 산소농도가 떨어지면 수많은 생물종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호수 내 용존산소의 감소는 당장 그곳에 서식하는 생물군이 피해를 입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추후에도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다는 것이다. 잔존 산소량 수치가 0에 가까워질수록 퇴적물에서 인 성분이 더 많이 방출되는데, 이는 박테리아가 증식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 인은 박테리아의 필수 영양분이기 때문이다. 급증한 박테리아는 메탄가스를 배출하면서 온실효과를 심화시킨다.
393개의 온대호수 가운데 용존산소량이 늘어난 경우도 있었지만 이들 호수는 대개 환경오염에 취약한 호수들이었다. 화학비료와 도시하수로 인한 오염으로 녹조가 증식한 것이다. 녹조가 증식하게 되면 산소는 늘어날 수 있지만 동시에 독소가 증가해 물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연구진은 또 담수환경에서 산소농도가 떨어지는 속도가 해수환경에 비해 3~9배 빠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수환경의 용존산소는 1950년 이래 770억톤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RPI 학과장 커트 브레네만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해수환경보다 담수환경 문제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우리의 식수공급 그리고 복잡한 담수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섬세한 균형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논문은 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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