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합의해놓고 화석연료 산업에 보조금 펑펑
지구온도 상승이 1.5도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합의한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호주가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에너지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파리 에쿼티 체크(Paris Equity Check)가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 4개국의 에너지정책을 검토한 결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이후 석탄발전이 늘어난 유일한 국가다. 파리 에쿼티 체크는 2015년~2020년까지 중국의 석탄발전량이 77테라와트시(TWh)만큼 늘었다고 밝혔다. 유럽에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러시아는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반대하고 있다.
브라질은 수력발전 63.6%에 달하지만 브라질 정부는 탄소중립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2007년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에 있다며 21세기 중반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또 브라질 정부가 2020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한 '2030 온실가스 저감 계획'(NDC)은 수치조작 의혹을 받으며 현재 소송에 휘말려 있다.
호주는 전세계 1위 석탄 및 가스 수출국으로, 지난 4월 스콧 모리슨 총리는 기간 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탄소세 도입은 배제하고 기술지원을 통해 탄소중립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호주는 오히려 화석연료 산업에 보조금을 늘리고 있다. 2019년 보조금 규모는 2015년보다 48% 증가했다.
중국 등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합의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러시아도 2025년까지 사할린 지역에 탄소중립지역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리 에퀴티 체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모두 국제무대에서 '탈탄소'를 외치면서 개별정책을 수립할 때는 파리협약을 전혀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구환경과학데이터(ESSD)의 2019년 통계로 보면 4개국은 모두 탄소배출량 상위 20개국에 속한다.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1만175메가톤(Mt)으로 1위이고, 러시아는 1678Mt로 4위, 브라질은 466Mt로 13위, 호주는 411Mt으로 15위다. 4개국이 합친 탄소배출량은 무려 1만2730Mt에 달한다. 이는 전세계 탄소배출량(3만6441Mt)의 34.9% 비중이다.
이처럼 이 4개국 정부가 화석연료 정책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하자, 보고서는 "세계를 극단적인 상황에 빠뜨리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리 에쿼티 체크의 책임연구원인 얀 로비우 뒤 퐁(Yann Robiou du Pont)은 "각 국이 당장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세계는 홍수, 폭염, 가뭄을 더 심하게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은 현재 전례가 없는 폭우로 26일 현재까지 최소 17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화석연료 사용문제는 비단 이들 4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기후정책보고서에 따르면, G20 국가들은 2015년~2019년까지 화석연료 산업에 3조3000억달러(약 380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캐나다는 40%, 미국은 37%, 프랑스는 24% 보조금이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해당기간 보조금이 29% 감소했다.
한편 주요 국가들은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협력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각국이 화석연료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는 두루뭉술하게 노력방향만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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