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아동학대가 가정문제?...사회 인권문제다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1-07-27 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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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사례 가운데 형사처벌 36%에 그쳐
예방과 보호 동시에 가능한 사회안전망 절실
일러스트=조인준

연일 잇따르는 아동학대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아동학대는 결코 아동 스스로의 힘으로 막거나 피할 수 없다. 대부분의 학대가 유아와 아동이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부모나 교사에 의해 저질러지고, 스스로 학대 상황을 피하거나 저항할 힘도 없기 때문이다. 2019년 발생한 아동학대 사례 3만45건 중 형사 사건화된 건수는 1만998건으로 36%에 불과하다는 법무부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과연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를 막고 학대아동을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잘 가동되고 있는 것일까.

◇ 훈육의 이름으로 학대 자행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는 대개 자신의 폭력을 훈육과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내 자녀를 위해서' 또는 '내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에'라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우리 사회의 체벌에 대한 인식 수준은 여전히 함량미달인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4월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이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목적과(59%) 고의성이 없는(51%) 체벌은 '훈육'이라고 생각했다. 훈육과 학대를 구분짓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모호해서 부모는 자신의 학대행동을 정당화하기 십상이다.

이 설문조사에서 가정 내 아동학대 원인으로 훈육과 학대의 차이에 대한 무지(36%), 양육지식 및 기술의 부족(30%), 부모 역할에 대한 무지(28%)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8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유아 부모 중 부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37%에 불과했다. 부모 교육이 시급하고 필요한 이유다.

◇ 자녀체벌, 법으로 처벌받는다

가장 실효성이 있는 장치는 아동학대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하는 일이다. 법으로 단호하게 처벌할 경우 부모나 교사 등 가해자는 스스로의 행동을 살피고 제어하게 된다. 이웃이나 친척들도 용기를 내어 신고할 수 있고, 아울러 학대와 유아·아동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현저하게 바뀌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동학대금지법'과 '아동청소년보호법'으로 아동학대 범죄자를 처벌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법원도 아동학대를 매우 엄중하게 다루는 추세다. 해당 법령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게다가 2021년 1월 8일 민법 915조 '친권자는 그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징계권 조항이 삭제됐다. 이는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최근 수년간 빈발한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로 체벌금지법 찬성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젠 현행법에 따라 부모의 체벌이나 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지 못하고 면죄부를 받지 못한다. 자녀체벌이 사실상 금지된 것이다.

◇ 여전히 느슨한 아동보호장치

아동학대 예방과 학대아동 돌봄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려면 보호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법적 조치 외에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활동, 위탁 가정들의 돌봄체계, 학대아동 전문병원 운영 등 보다 정교한 장치들이 필요하다.

지난 7월 22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학대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가해자와의 격리 및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 비율이 지난 3월 14%에서 6월 36.5%로 크게 증가했다. 아동학대 신고사건 접수시 지자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함께 출동한 비율도 지난 3월 33%에서 4월 45.2%, 5월 64.2%, 6월 65.2%로 꾸준히 증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2020년 상반기 아동학대 112신고 건수가 337건에서 올해 상반기 76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신고율이 2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아동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경기도 한 지역의 통계지만 아동보호를 위해 지자체와 경찰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시민들이 공동으로 협력하는 모범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학대시그널, 누구든 지나치면 안돼

문제는 수많은 법 규정이 새로 만들어지고 처벌이 강화되어도 아동학대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고 보호망을 가동하게 하는 것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개입이다. 2020년 창녕에서 발생했던 아동학대 사건은 좋은 사례가 된다. 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것은 홀로 이상한 모습으로 길거리를 걷고 있는 피해 아동의 행색과 행동을 살피고 편의점으로 데려가 음식을 사 먹이고 경찰에 신고한 한 주민의 시선 때문이었다. 이러한 환대(hospitality)의 마음과 개입의 문화가 확산될 때 아동학대는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특히 이웃과 친지, 지인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대 시그널을 발견하는 즉시 신고하고 개입하는 시민적 소양이 그것이다. 학대의 신호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학교 교사, 영유아 기관 종사자,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는 신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런 책임이 없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체벌을 정당화하고 당연시하는 전근대적 습속과 '남의 집 문제에 개입하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그래서 이웃이나 친척들은 학대 사실이나 가능성을 알고서도 침묵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단 한 사람만이라도 그 신호를 발견하고 개입을 하면 학대가 심화되는 것을 막거나 그치게 할 수 있다.

아동학대 근절은 아동보호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촘촘하게 발전될 때 가능하다. 아동학대는 가정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다. 아동학대에 대한 보호 장치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편이다. 이 정부들어 사회적 법적 장치가 두드러지게 강화되고 시민들의 인식도 현저하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법이나 제도의 촉수는 거기까지 닿지 못한다. 아동학대 시그널을 포착하는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대받는 아동의 고통에 공감하는 한 사람의 시선과 신속한 개입, 그것이 모든 안전망의 씨줄날줄을 제대로 이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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