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고객 데이터로 돈버는 플랫폼에 던지는 '화두'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1-09-24 14:15:59
  • -
  • +
  • 인쇄
카카오 규제는 플랫폼 독점행위에 대한 규제
플랫폼 기업가치, 사용자 데이터에서 나온다


'카카오'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 불공정행위를 지적하고 정부가 플랫폼 기업 규제를 언급하자 카카오의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쳤다. 기업 이미지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결국 카카오는 앞으로 불공정 행위를 시정하고 3000억원의 상생 기금을 마련하겠다며 백기 투항했다.

도대체 국민메신저 기업 '카카오'는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카카오는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거래와 갑질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규제 도마위에 올랐다. 구체적인 사례는 이렇다. 카카오택시에 특혜를 주는 스마트호출 제도는 미가맹 택시를 차별해 배차에 불이익을 받게 했다. 20%에 이르는 과도한 대리운전 중개수수료는 전형적인 약자 갈취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카카오모빌리티 사업은 골목상권 침범과 장악을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하고 있다.

독점기업의 불공정 행위는 늘 규제대상이다. '카카오톡'은 전국민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이다. 카카오는 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행위를 했기 때문에 규제대상에 오른 것이다. 독점행위에 대한 불공정 규제는 예외가 없다. 지난 14일 공정위는 글로벌 공룡 플랫폼 기업인 구글에 시정명령과 함께 20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국내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천명했다. 규제란 어떤 기준을 전제로 한다.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지켜야 할 경계선을 명확하게 가른다. 불공정거래와 독점적 행위로 그 경계선을 넘으면 제재한다. 즉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는 특정기업을 향한 규제가 아니다. 먼저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문제는 '플랫폼(platform) 기업의 독점화를 막을 수 있는가'이다. 이는 플랫폼 사업의 속성상 쉽지않은 일이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얼마나 큰 이익이 창출되느냐는 전적으로 중앙 플랫폼에 연결되는 데이터망의 규모, 즉 접속자(user)의 수에 달려있다. 사용자 수가 적으면 사업효과는 거의 제로(Zero)다. 사용자들은 특정 플랫폼이나 앱으로 몰리는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업체들도 인수합병(M&A)를 통해 플랫폼 몸집을 키우고 있다. 결국 플랫폼 비즈니스 경쟁에서 승자는 다수가 아니라 소수가 된다. 승자독식의 세계다.

플랫폼 독점화가 불가피하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사실 플랫폼 기업의 가치는 사용자들에게서 나온다. 결코 해당 회사의 오너와 직원들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쓴 게시글이나 찍은 사진과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플랫폼에 게시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포스팅된 사용자들의 콘텐츠 즉 데이터를 아무런 대가없이 자신들의 것인마냥 전용하고 있다. 그래서 활성사용자가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기업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된다. 이는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구글과 페이스북 등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이 모두 마찬가지다.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전용은 지식정보산업 시대에서 새로운 방식의 노동력 채굴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적 산업자본주의 시대에는 임금의 형태로 노동자를 착취했고, 제국주의 시대에는 공공연한 점령과 식민화를 통해 자연자원과 인적자원을 약탈하고 갈취했다. 지식정보산업 중심으로 가동되는 지금은 플랫폼이라는 망(web)을 통해 타인의 자원을 소유화하고 있다. 가장 세련되고 노출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자들의 에너지와 지식을 채굴하는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행위를 과연 현행법으로 제대로 막을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두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먼저, 플랫폼 기업들이 소유한 데이터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자들이 쏟아낸 지식과 노동, 에너지에 합당한 대가를 사용자들에게 되돌려주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플랫폼의 홈페이지나 앱은 기업의 소유지만,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사용자들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사용자들의 노동으로 플랫폼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에 대한 규제는 이를 향한 신호탄이 되어야 한다. 국내외 모든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와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막고, 플랫폼 사용자들의 권익을 보장하면서 데이터 자본을 공유화하는 첫걸음이어야 할 것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기후위기 적응대책 1년차…292개 사업의 65.4% '우수평가'

환경부는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국가적응대책) 시행 1년차를 맞아 292개 사업을 점검한 결과 과반이 '우수' 평가를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알림] '플라스틱 규제' 어떻게 대응?...28일 ESG세미나에 초대합니다

플라스틱이 지구를 온통 뒤덮고 있습니다. 대기와 토양, 강과 바다, 심지어 극지방과 심해에서도 미세플라스틱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에 국제사회

ESG공시 신뢰성 높이려면?..."사회적가치 측정 활용하세요"

"한국 기업들도 기업경영에 사회적가치(SV:(Social Value) 측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글로벌 기업협의체인 VBA(Value Balancing Alliance)의 크리스티안 헬러 CEO는

LG U+ 폐배터리 재활용 나선다...자원순환협의체 발족

LG유플러스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대폰 폐배터리 수거에 본격 나섰다.LG유플러스는 16일 서울 용산사옥에서 휴대폰 폐배터리 수

LG전자, 인니서 음식물쓰레기 저감 캠페인

LG전자가 인도네시아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ESG 캠페인을 펼쳤다.LG전자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에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한데 이

올 1분기 '1금융권 ESG경영' 관심도 상승...1위는 신한은행

올 1분기 제1금융권 은행 가운데 ESG경영 관심도가 가장 높은 곳은 '신한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13일 빅데이터 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가 지난 1~3월

TECH

+

LIFE

+

순환경제

+

Start-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