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문 감축목표 '찔끔'..."공염불 불과" 비판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기존 26.3%에서 40%로 상향했지만 산업부문에서는 의미있는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관계부처와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8일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토론회를 열고 2030년 NDC를 40%로 상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8월 31일 제정된 탄소중립법의 '최소 35% 감축'을 반영한 결과다. 정부는 "이는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따른 후속조치로 탄소중립법의 입법 취지, 국제적 동향 등을 고려해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NDC 상향을 위해 전력 전환, 산업, 건물, 수동, 농축산 등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모든 부분에서의 감축 노력을 극대화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산업부문의 감축방안이 미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NDC도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18년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6050만톤으로, 2억6960만톤인 전력 전환에 이어 두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이번 NDC 상향안을 보면 전력부문은 44.4% 줄인 1억4990만톤 이하 배출로 설정한 반면 산업부문은 14.5% 줄인 2억2260만톤 이하 배출로 설정했다.
이는 전체 배출량에서 산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커지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난다. 2018년 우리나라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7억2760만톤 중 산업의 비중은 36%였다. 그런데 NDS 계획대로 한다면, 2030년 예상 배출량 4억3660만톤 가운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절반이 넘는다. 사실상 산업부문의 배출량을 다른 영역에서 돌려막기 하는 꼴이다.
철강분야의 배출량을 줄이기 않은데서 이같은 결과가 비롯됐다. 2018년 철강업계는 온실가스를 1억120만톤 배출했다. 이는 전체 산업부문 배출의 39%를 차지하며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업종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정부는 철강업계에 고작 2.3% 감축한 9890만톤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석유화학 20.2%감축, 시멘트 12% 감축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감축률이다. 가장 많이 배출한 업종에 가장 작은 목표치를 설정한 것이다.
2030년 탄소감축 목표치는 어디까지나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중간 목표에 불과하다. 산업계의 탄소감축을 그때까지 유예하더라도 이후 남은 20년 안에 모든 업종에서 '넷제로'를 실현해야만 한다. 즉 현행 상향안대로라면 2030년에 2억2260만톤 배출하던 것을 20년안에 0톤으로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 경제는 탄소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올 4월 국제보험사 스위스리 부설연구소는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2050년 국민총생산(GDP)이 현행대비 최대 12.8%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8월 딜로이트 경제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기후위기에 미진하게 대처한다면 항후 반세기 누적 손실액은 약 935조원에 달한다. 특히 제조업 분야는 50년간 매년 8조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이 과감한 탄소중립에 나선다면 2070년까지 약 2300조원의 추가적인 경제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당장의 금전손실이 두려워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 큰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보인다.
그러나 산업계는 정부의 감축목표에 "현행 기술로는 더 이상 온실가스를 줄이는 건 무리"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실 산업계의 이같은 주장은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국내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대응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포스코 등 국내 철강기업의 에너지 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기대되는 수소환원제철공법은 2040년에 상용화를 목표로 아직 개발중이다. 반도체의 경우도 이미 1997년부터 탄소배출을 줄이고 있어 더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생산-소비' 구조로는 탄소배출을 일정수준 이하로 줄일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신기술을 도입하고 공정을 고도화 하는 등의 기술혁신이 없는 한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순환경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순환경제란 추가 생산을 최소한도로 줄이고 재순환율을 극대화하는 경제체계다. 기존의 순환경제는 플라스틱 용기, 리사이클 의류 등 소매품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를 앞으로 전체 산업구조로 확대해 추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3월 '신순환경제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전자기기, 정보통신, 자동차, 섬유 등 모든 생산 영역에서 제품, 재료, 자원의 가치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폐기물 발생은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다. 유럽 연합은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 하겠다고 공표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NDC를 최소한 55%로 상향해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의 눈치가 아닌 미래세대의 눈망울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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