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국 중 12개국 찬성...상임국 러시아 반대
기후위기를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지정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첫 결의안이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됐다.
13일(현지시간) 안보리는 기후위기를 '충돌과 위기를 증폭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안보리 회원국 15개국 가운데 12개국이 찬성했고, 중국은 기권, 러시아와 인도는 반대했다. 찬성이 압도적이었음에도 거부권을 갖춘 상임이사국 5개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반대했기 때문에 결의안은 부결됐다.
안보리는 2007년 이래 다른 결의안을 통해 몇몇 아프리카 국가와 이라크 등지에서 지구온난화가 지역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부수적으로 다뤄왔지만, 기후위기 자체를 안보위협으로 특정해 결의안을 발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의안은 기후위기를 '충돌과 위기를 증폭하는 근본 원인'으로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기후위기가 국제적인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에게 정례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이 해당 결의안을 제안했지만 정식 상정되지 못한 채 폐기됐고, 올해 안보리 의장국인 아일랜드와 니제르가 다시 공동으로 제안했다.
결의안은 또 강해져만 가는 폭풍, 해수면 상승, 빈번한 홍수, 가뭄 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파생 효과가 사회적인 불안감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종국에는 "국제평화, 안보, 안정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의안에 찬성한 안보리 회원 12개국 포함 유엔에 가입한 193개 회원국 가운데 113개국이 이번 결의안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반대하거나 기권한 국가들은 기후위기 관련 사항이 안보리가 아닌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UNFCCC)과 같은 더 넓은 조약 범위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를 안보리 영역으로 끌어오면 지난달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처럼 국제적인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바실리 네벤지아(Vassily Nebenzia)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번 결의안이 "과학적이고 경제적인 이슈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비화시킬 수 있다"며 "각국의 갈등에 대한 '실질적인' 원인 규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안보리가 사실상 어느 국가에나 개입할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과 인도 역시 경제제재를 가하거나 평화유지군을 파병할 수 있는 안보리가 기후를 국제적인 갈등과 결부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T.S. 티루무르티(T.S. Tirumurti) 유엔주재 인도 대사는 "인도는 기후 행동과 기후 정의에 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열심이지만, 안보리가 이들 문제를 다룰 장소는 아니다"며 기후 문제는 기존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맡겨놔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반발에 대해 이번 결의안을 공동발의한 니제르의 압두 아바리(Abdou Abarry) 유엔주재 대사는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 문서에 대한 승인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숨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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