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물질과 불임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해야
산업화 이후 지속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은 화석연료에서 기인하는 독성 화학물질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진은 사람의 혈액과 소변, 정액, 태반, 모유뿐 아니라 지방조직에서도 화석연료 물질이 검출됐으며, 이 오염물질은 내분비 교란물질로 신체의 호르몬 체계를 방해하고 생식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연구의 주요저자인 닐스 스카케베크(Niels E. Skakkebæk) 코펜하겐대 교수는 "현대 생명체의 상당부분에서 화석연료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면서 "수많은 동물실험을 통해 플라스틱, 화학물질 등이 동물번식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쥐의 경우 독성 화학물질 노출로 내분비 장애가 발생하면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 생식능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컷과 수컷의 생식능력은 동일한 오염물질에 노출되더라도 다르게 영향을 받으며, 특히 임신초기는 이런 화학물질이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일부 연구에서는 내분비를 교란하는 화학물질이 인간 남성의 생식질환과 실질적으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저출산 문제는 산업화 이후 교육 및 노동활동으로 출산 시기가 늦어진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됐다. 계획출산 증가, 피임과 임신중절 그리고 여성의 사회진출과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들도 그 원인으로 대두됐다.
그러나 데이터에 따르면 피임약이 출시되기 전부터 출산율은 지난 50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임신중절 수술건수는 수년간 줄어들고 있는데, 의도하지 않은 유산은 1990년 이후 오히려 1~2% 증가했다. 여기에 고환암 발병률이 매년 7만4000건에 달하고, 불충분한 정자와 난자, 젊은 여성의 이른 사춘기 그리고 남성 영유아 생식기의 선천적 기형 등 생물학적 원인으로 인해 인간의 불임이 증가하는 비율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덴마크 어린이 10명 중 1명은 인공 수정으로 태어나며, 남성의 20% 이상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덴마크에 중점을 두었지만 이러한 추세는 다른 산업화 국가에서도 볼 수 있다.
더욱이 오랜 기간과 많은 세대에 걸쳐 일어나는 진화의 특성상, 이런 경향은 유전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과학계에 산업혁명 이후 존재해온 화석연료의 독성 화학오염물질의 영향을 조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구진은 "독일과 일본 등 여성 1인당 1.5명의 자녀를 가진 나라의 출생아수는 이미 50% 감소했고, 2020년 출산율이 0.84명인 한국은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2세대 내 출생아 수가 75%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노인세대를 부양할 청년세대가 심각하게 줄면서 인구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카케베크 교수는 "우리는 인구의 불임 문제를 잘 모르고 있다"며 "많은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화석연료 오염과 저출산의 연관성은 보다 체계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인과관계 혹은 상관관계 규명에 있어 신체활동 감소, 흡연, 비만, 알코올 소비, 식생활 변화 등 생활습관 변화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논문은 네이처 리뷰 내분비학(Nature Reviews Endocrinology) 학술지에 15일(현지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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