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태양광 시장 가치사슬 '붕괴'...정책마련 '시급'
2021년 유럽연합(EU)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이 전년대비 34% 증가하면서 올해가 태양광 에너지 시장에 있어 '대발전의 해'로 평가됐다.
무역기구 유럽태양에너지협회(Solar Power Europe)가 최근 발간한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EU 27개국의 신규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은 2020년에 비해 6.3GW 늘어 25.9GW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21.4GW를 기록한 이래 최대의 성장폭이다.
1GW 규모의 발전량으로 1년간 대략 3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즉 EU는 올해 설비용량 증가폭만으로 1년간 약 800만가구가 소모하는 전력량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EU의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은 현재 165GW에서 2025년 328GW, 2030년에 이르면 672GW 규모로 4배 뛸 전망이다.
◇ 화석연료 넘어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유럽은 어떻게?
EU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 발전량의 45%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는 EU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 꼭 도달해야 하는 중요한 이정표 가운데 하나다. EU는 벌써 202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38%)이 화석연료 발전 비중(37%)을 앞질렀다. 이중 태양광 발전은 풍력 발전과 함께 두 개의 큰 축을 담당한다. 현재 태양광 발전은 EU 전체 전력 생산량의 10% 가량을 차지한다.
EU의 이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적극적인 자금 지원책이 있다. EU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태양열 발전 기술에 총 584억달러(약 69조원)를 투자했다. 이에 더해 2020년 11월에는 1조743억유로(약 1443조원) 규모의 '다년도 재정 운용계획'(MFF)과 7500억유로(약 1008조원) 규모의 경기회복기금을 합의하고 기금의 30% 이상을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유럽 태양광 시장은 태양광 발전소 등 대규모 설비(PV-Utility), 상업용 태양광 발전(PV-commercial), 주거용 태양광 발전(PV-residential)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한 가지 두드러진 점은 초기 태양광 시장을 견인해 온 주거용 태양광 발전이다. EU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프로슈머'(prosumer·생산 소비자 또는 참여형 소비자)를 중심으로 자동차, 건물 외벽, 선박 등이나 고속도로 주변 자투리 땅에도 적극적으로 도입됐다. 냉·난방 효율을 극대화한 패시브하우징을 넘어 남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판매하는 '액티브하우징'도 인기다.
이에 따라 EU의 태양광 패널 모듈들은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여러 기후와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하다. 일례로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의 말비어발트 태양광 발전소는 습윤한 기후를 발전소 운영의 이점으로 활용했다. 이곳의 태양광 모듈은 25도 기울어져 있어 화학용 세제 없이도 빗물을 통해 불순물을 제거하며, 날이 맑지 않아도 40~60% 효율을 유지하며 전력을 보급한다.
◇휘청이는 국내 태양광 산업...따라가기도 벅찬 정책
국내도 마찬가지로 정부가 보급정책을 도입하고, 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면서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국가별 태양광 발전량을 보면 한국은 전세계 2%를 차지하며 9위를 기록했다. 신규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은 2015년 1GW를 돌파해 2018년 2GW, 2019년 3GW를 넘었고, 올해 신규 설치량은 4.2GW 이상, 2023년에는 2023년에는 4.5GW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문제는 막상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더라도 송배전 인프라가 패널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전력공사 등의 전력 판매선로에 연결하는 '계통접속'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계통접속 신청 물량 가운데 3분의 1이 접속조치되지 않고 '대기'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고, 심한 경우 신청 후 4년을 기다려야 하는 지역도 있었다.
또 2021년 8월 기준 태양광 발전소를 도로나 집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떨어져 지어야 한다는 '이격거리 규제'를 갖춘 지방자치단체가 129곳에 달했다. 정부가 2017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오히려 규제를 도입한 지자체는 확대됐다. 결국 갈곳을 잃은 태양광 발전시설은 산으로 가 여의도 면적(290ha)의 19.5배에 달하는 산림이 시설 부지로 대체됐다. 산림 훼손으로 700억원 상당의 온실가스 감축·저장 기능이 사라지면서 원 취지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기업들의 저가정책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더욱이 2019년 7월 기준 6만3309원에 달했던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가격이 지난 8월에는 2만원대로 폭락하는 등 사업자들의 발전사업 참여 유인력이 떨어졌다. 결국 국내 1위, 세계 4위의 웨이퍼(태양전지의 원재료) 생산능력을 갖춘 웅진에너지가 지난해 6월 상장폐지된 데 이어 지난 2월 OCI와 한화솔루션이 국내 생산을 접었다. 이렇다 보니 국내 태양광 가치사슬이 아예 붕괴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지자체 이격거리 규제 등을 포함한 태양광 보급 저해 요인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년초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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