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약물치료 후 18개월 걸쳐 다리 재생성공
절단된 팔과 다리 혹은 손가락이 다시 원상태로 자라난다면 어떨까? 미국의 한 연구진이 자연적으로 재생 불가능한 개구리의 절단된 다리가 자라나도록 치료하는데 성공하면서 이를 인간 등 포유류로 연구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터프츠대학과 하버드대학 위스연구소는 바이오돔(BioDome)이라고 부르는 실리콘 캡을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절단된 다리부위에 감싸고 약물이 투입한 결과, 다리가 원래대로 재생됐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바이오돔에는 5가지 혼합약물이 들어있는 실크 단백질 젤이다. 각 약물은 염증을 억제하고 흉터를 유발할 콜라겐 생성을 억제하며 신경섬유와 혈관, 근육의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개구리의 절단된 다리부위에 이 바이오돔을 24시간 감쌌다. 그러자 약물이 투입된 다리부위의 조직이 재생되면서 다리가 다시 생겨났다. 신체가 스스로 재생한 것이다. 재생된 팔다리는 원래 팔다리의 뼈와 구조가 유사했다. 뉴런을 포함한 내부 조직도 풍부하게 보완됐고, 다리 끝에서 발가락도 자라났다. 다시 자란 팔다리는 뻣뻣한 섬유질 감촉과 같은 자극에 반응해 움직였고, 팔다리가 재생된 개구리는 일반 개구리처럼 움직이고 물속을 헤엄칠 수 있었다.
개구리 신체부위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 걸린 기간은 약 18개월이었고, 이 기간동안 별도의 다른 치료는 하지 않았다. 이처럼 약물에 노출된 기간은 24시간에 불과했는데 다리조직이 수개월에 걸쳐 재생될 수 있었던 것은 절단부위에 형성되는 줄기세포 덩어리 '아체'(芽體)가 배아가 세포분열하는 방식처럼 활성화되면서 신체가 스스로 성장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신체가 재생될 수 있었던 것은 개구리의 특성도 작용했다. 논문의 주요저자인 니로샤 무루간 터프츠대학 앨런디스커버리센터 연구협력자는 "약물에 잠깐 노출되는 것만으로 수개월간 재생이 가능한 것은 개구리를 비롯한 일부 동물들이 휴면 중 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지가 손상된 동물들은 손상부위에 아체가 형성되는데, 이 아체가 잃어버린 신체부위를 점진적으로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연구의 공동저자 데이비드 카플란 터프츠대학 공학과 교수는 "보통 공기에 노출되거나 땅에 닿으면 상처 조직이 아무는데 며칠에서 몇주가 걸릴 수 있다"며 "그러나 상처가 난 직후 바이오돔 캡을 24시간동안 감싸고 있으면 양수같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흉터없이 부상 부위를 재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터프츠대학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도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한가지 약물만 담은 바이오돔을 상처부위에 이용해 상당한 수준의 재생 결과를 보여줬다. 그러나 단일 약물만 사용했을 때는 다리가 뾰족하게 자라나 일반적인 사지와 거리가 먼 형태로 재생됐다.
그러나 5가지 약물을 섞어 주입한 바이오돔으로 상처를 치료했을 때는 재생결과가 더 탁월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입증됐다. 성체 동물들은 이미 신체구조를 만드는데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구진은 세밀한 관리가 아닌 신체 고유의 해부학적 패턴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 도롱뇽과 불가사리, 게, 도마뱀같은 특정 동물들은 팔다리를 스스로 재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같은 포유류는 팔다리 구조가 크고 복잡해서 손실되면 현재로선 자연재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간도 세포조직을 회복시켜 상처를 봉합하는 등 고유의 회복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체는 비정형 세포조직으로 상처부위를 덮는데, 이는 추가 출혈 및 감염에서 몸을 보호하고 세포가 잘못 성장하는 일을 방지한다. 또 인간의 간은 무려 50%까지 손실돼도 정상 크기로 재생된다.
이번 치료법이 포유류, 나아가 인간에게 적용이 가능해진다면 인간 고유의 회복 메커니즘을 활용한 재생의학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진은 추후 치료법이 포유류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실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스지'(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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