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말·셀룰로오스 원료...식품포장용기 활용가능
연잎에서 영감을 받아 튼튼하고 지속가능하며 토양에서 빠르게 분해돼 퇴비로도 활용가능한 자가세정 바이오플라스틱이 개발됐다.
호주 멜버른 RMIT대학 연구진은 연잎처럼 액체와 먼지가 붙지 않고 흙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개발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바이오플라스틱은 연꽃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됐다. 연잎은 지구상에서 방수성이 가장 뛰어나고 항상 깨끗한 것으로 유명하다. 비밀은 잎의 표면 구조에 있었다. 연잎은 왁스층으로 덮인 작은 기둥으로 구성돼 있다. 덕분에 연잎은 물이 떨어져도 젖지 않는다.
연잎에 떨어진 물방울은 중력이나 바람에 의해 연잎 밖으로 굴러 떨어진다. 이 물방울이 연잎 밖으로 미끄러지면서 연잎 위에 쌓인 먼지나 흙을 씻어내는 역할을 해 연잎은 항상 청결한 상태로 유지된다.
RMIT 연구진은 이 연잎의 성질을 구현하고자 합성공학을 통해 녹말과 셀룰로오스 나노입자로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연잎의 구조를 모방한 표면에 실리콘 기반 유기중합체인 PDMS의 보호층이 코팅된 것이다.
연잎의 방수 구조를 복제한 독특한 형태 덕분에 이 바이오플라스틱은 강도와 분해성을 모두 갖추게 됐다. 연구진은 바이오플라스틱이 액체와 먼지를 완벽하게 방수처리할 뿐만 아니라 연마재로 긁히고 열과 산, 에탄올에 노출돼도 자체 세척 특성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또 저렴한 녹말과 셀룰로오스가 원료로 사용하므로 생산비용이 낮고 자연분해가 빠르다. 무엇보다 별도의 산업공정없이 토양에서 빠르게 자연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실험결과 토양의 박테리아와 벌레에 노출되기만 해도 바이오플라스틱이 빠르게 분해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조공정도 가열이나 복잡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휘는 플라스틱이나 금속호일 위에서 전자기기를 제조하는 방식인 롤투롤(roll-to-roll) 생산라인으로 간단하게 확장할 수 있다. 연구진은 대규모 제조를 염두에 두고 설계해 제조가 간편하고 산업제조공정이 수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의 주요저자 메흐란 가셈루 RMIT 박사 연구원은 새로운 바이오플라스틱이 식품포장에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퇴비로 쓰이거나 다른 유기폐기물과 함께 녹색쓰레기통에 버려질 수 있는 포장용기를 생산함으로써 재활용 용기로 인한 식품오염을 방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그는 "식물기반 소재라고 모두 쉽게 분해되지는 않는다"며 퇴비화를 염두에 두고 원료를 신중하게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베누 아드히카리 교수는 이번 연구가 녹말기반 재료의 주요 문제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녹말은 매우 유망하고 다재다능한 천연 고분자 소재지만, 상대적으로 손상되기 쉽고 습기에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진은 '연잎효과'를 모방한 생체공학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매우 우수한 녹말기반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한 것이다.
현재 RMIT 연구진은 다른 잠재적 파트너들과 협력해 바이오플라스틱을 상업적으로 응용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학술지에 게재됐다. 실험 영상은 RMIT대학 공식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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