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직거래 도입 5개월...외면받는 이유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3-11 16:35:39
  • -
  • +
  • 인쇄
녹색프리미엄 2배 늘었는데...PPA 체결건수 '0'
부족한 용량·높은 구매단가에 기업들 '관망세'


기업의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이행수단으로 한국전력공사(한전)로부터 웃돈을 주고 전력을 구입하는 '녹색프리미엄' 참여기업이 크게 늘었지만, 실질적으로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직거래'는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3월초 발표한 '2022년 상반기 녹색프리미엄 입찰 결과'에 따르면 녹색프리미엄 참여 기업·기관은 총 77곳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2.2배 증가했고, 낙찰 물량은 4.67테라와트시(TWh)로 전년동기대비 약 3.8배 증가했다. 산업부는 이번 입찰결과가 지난해 전체 RE100 이행실적을 초과하고 있어 올해 기업들의 RE100 참여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녹색프리미엄은 RE100 이행수단 가운데 하나다. RE100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들이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자 하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국내 RE100 이행수단으로는 △녹색프리미엄 납부 △전력공급계약(PPA) 체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지분참여를 통한 전력 및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계약 체결 △자가소비용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녹색프리미엄은 전기소비자가 전기요금 외에 자발적으로 프리미엄을 추가 부담하는 것으로, 녹색프리미엄에 참여한 전기소비자에게 분기별로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가 발급되어 RE100 이행실적 및 ESG경영의 일환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들이 납부한 녹색프리미엄 재원은 산업부·한전의 재생에너지 재투자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문제는 녹색프리미엄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전의 일반전력을 웃돈을 주고 사면 재생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RE100 이행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조달 실적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신·재생에너지로의 투자가 약속되긴 했지만, 당장은 재생에너지가 생산된 것도 사용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의 경우 '추가성'(Additionality)을 갖춘 'PPA 체결' 방식이 가장 실효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추가성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규모가 실질적으로 확대되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국제 RE100 이니셔티브의 지난해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RE100 가입 기업들의 이행수단 비중을 놓고 봤을 때 2016년 13%에 불과했던 PPA 비중은 2020년 28%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16년 이후 누적 PPA 체결 용량은 연평균 60%씩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한전 중개를 거쳐 RE100 이행 기업에 전력을 판매하는 계약방식인 '제3자 PPA'가 지난해 6월,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전기사용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직접 PPA'가 지난해 10월 시행됐음에도 지금껏 체결 건수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PPA 체결을 위한 '수단의 용이성'과 '비용의 적절성'이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2020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7.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내 탄소배출량 2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RE100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그린피스 추산에 따르면 2020년 삼성전자의 국내 전력 소비량은 17TWh다. 같은 기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7.8TWh다. 즉 삼성전자가 국내 사업장의 사용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45%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절대적인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게다가 가장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을 안고 있는 6대 제조업의 2020년 평균 수익률은 5.4%로, 같은 업종의 해외기업 영업이익률(9.4%)의 반토막 수준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해당업체들이 제3자 PPA를 체결할 경우 전기요금 구매단가가 최대 191%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유통을 독점한 한전이 송배전망 사용료와 함께 전력손실반영금액, 부가정산금, 거래수수료, 복지 및 특례할인 금액, 전력산업기반기금 등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한 '통행세'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 중개를 거치지 않는 직접 PPA를 체결하더라도 여전히 한전의 송배전망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망사용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제도상의 허점이 있어 망사용료가 중복돼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는 문제도 있다. 이미 기존 산업용 전기요금을 통해 한전의 송배전망에 대한 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직접 PPA를 체결하게 되면 PPA에 포함된 망 사용료를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단가가 떨어지는 데다 제도 자체의 결함으로 참여유인이 떨어지면서 섣불리 진입하지 못하고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직접 PPA의 경우 아직까지 구체적인 시행규칙이 정해지지 않았다. 산업부는 직접 PPA의 계약 주체와 방식, 형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초과 또는 부족으로 생기는 문제에 대한 행정처리 방안 등을 담아 이달말까지 직접 PPA의 세부지침을 확정해 고시할 예정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美 쿠팡 주주가 집단소송 제기..."정보유출 공시의무 위반"

3000만명이 넘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상대로 미국의 주주가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내에는 쿠팡 소비자가 거의 없기에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기후/환경

+

동짓날 캄캄한 밤하늘...수십개 별똥별 떨어진다

1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인 22일 새벽, 북극성 부근에서 떨어지는 수십개의 유성우(별똥별)를 관찰할 수 있다.이번에 떨어지는 별똥별은 작은곰자리

범국가 기후테크 스타트업 발굴...'넷제로 챌린지X' 통합공고

기후테크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정부의 프로젝트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범국가 탄소중립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