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PERI의 한국미래 진단..."에너지 대전환하면 일자리 200만개 창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3-17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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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GDP 2050년까지 연평균 2.5%씩 성장예상
"韓 100%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잠재력 충분"


'탈탄소 정책'이 경제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산업계 우려와 달리, 한국은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할 것이라는 해외 연구기관의 분석이 눈길을 끈다.

17일 미국 매사추세츠대 정치경제연구소(PERI:Political Economy Research Institute)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의뢰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에너지 대전환의 일자리 창출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PERI는 지난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 뉴욕주 등 8개 주의 의뢰를 받아 에너지 전환과 고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권위있는 경제정책 연구기관이다. 이번 보고서의 주요 저자 로버트 폴린(Robert Pollin) 교수는 국제노동기구(ILO),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미국에너지부(DOE) 등의 자문을 역임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청정에너지 기반시설을 구축하면 2022~2030년 사이 81만~86만개, 2031~2050년 사이 90만~120만개 등 최대 20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취업자와 미취업자, 불완전 취업자를 포함한 전체 경제활동인구 2840만명의 3~4%에 달하는 수치다.

가장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분야로 '재생에너지 산업'이 꼽혔다. 이 산업에서는 2030년까지 최대 61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다음으로 건물 개조, 전력망 업그레이드, 산업 기계, 대중교통, 친환경 자동차 제조 등 에너지 효율 제고 분야에서도 18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보고서가 분석한 시나리오 대로라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50년까지 연평균 2.5%씩 견조하게 성장한다.

특히 보고서는 한국이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개발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0년 한국에너지공단 추정치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기술적 잠재량'(지리적·기술적 영향 요인을 반영했을 때 활용가능한 에너지 양)은 109.8Q-BTU다. 이는 2020년 한국의 1차 에너지 총소비량인 8.7Q-BTU의 12배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시장 잠재량'(경제적·정책적 영향 요인을 적용했을 때 활용가능한 에너지 양)은 7.7Q-BTU에 불과했다. 다만 7.7Q-BTU는 2030년 1차 에너지 소비 총량 추정치의 90%에 가까우며, 2050년 한국의 총 1차 에너지 소비보다 조금 많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생활수준 저하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발전원가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원가보다 낮아지고 있다.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인프라에서 청정에너지 인프라로 전환하면, 소비자는 더 싼값에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면서 냉·난방 등 가정용 전기 사용량 및 자동차 운전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량이 감소한다.


<2010~2020년 재생에너지원 글로벌 평균 '균등화 발전 비용'(LCOE)>

LCOE는 최종 소비자에게 1KW의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 비용. 여기에는 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초기 투자 비용과 고정 및 변동 운영유지비 그리고 송배전 관련 비용 등이 포함된다. 또 전기 생산과정에서 손실되는 에너지 비용도 포함된다. 참고로 2020년 G20국가 화석연료 발전전력에 대한 평균 LCOE kw/h당 65~175원이다. (자료=국제재생에너지기구)
2010년 2020년 증감율(%)
태양광 438원 67원 -85%
집광형 태양광 402원 128원 -68%
육상 풍력 105원 46원 -56%
해상 풍력 191원 99원 -48%
바이오 90원 90원 0
수력 45원 52원 +16%
지열 58원 84원 +45%


새롭게 창출될 주요 일자리는 급여 등 질적인 면에서도 전체 산업 평균을 웃돌 전망이다.

에너지 대전환으로 투자가 확대될 11개 분야(에너지 효율 부문 5개, 재생에너지 부문 6개) 중 9개 분야에서 복리후생을 포함한 평균 연봉 수준은 통계청의 2019년 지역고용조사 통계 기준으로 환산해 비교할 때 3690만~4360만원에 달한다. 이는 현재 국내 전체 노동자 평균 연봉(3210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나머지 2개 분야인 빌딩에너지 효율제고(3250만원)와 바이오에너지(3110만원) 분야의 평균 연봉은 전체 산업 평균과 비슷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화석연료와 원자력,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에서는 일자리 감소가 예상됐다. 그러나 감소폭은 2022~2030년 사이 연간 약 9000명, 2031년~2035년 사이 연간 약 1만4500개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2035년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등록 금지(윤석열 당선인 공약) 직전 5년(2031~2035)동안 자동차 부문에서 연간 약 1만15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한다. 같은 기간 화석연료 및 탈원전 기조 유지시 원자력 발전 부문의 일자리 감소는 연간 약 3000개 정도 된다.

김지석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에너지 전환으로 전체 일자리는 크게 늘어나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 활성화에 모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와 내연기관차 관련 산업에서는 고용 유지가 어려운 만큼,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을 위한 전직 지원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대가 기존 에너지 산업에 타격을 주지만 동시에 타격을 받은 노동자들에게 대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폴린 교수는 "원전은 노동집약적인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일자리 손실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원전의 퇴출은 2085년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하다"고 했다. 비용 측면에서 보더라도 미국의 경우 원전을 통한 발전은 2배 더 비싸다. 이어 그는 "더구나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가 체르노빌 원전과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을 점거하면서 안보 측면에서 크나큰 위협으로 부상했다"며 원전 확대는 설득력이 없다고 일갈했다.

보고서는 일자리를 확대하려면 녹색경제 전환에 적극적인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투자 재원은 2022년~2030년까지는 한국의 잠재 GDP 중간값의 3.6% 규모인 78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2031년~2050년까지는 한국의 잠재 GDP 중간값의 1.4%인 44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보고서는 2030년까지 필요한 78조원의 재원 중 18%인 13조9000억원을 △화석연료 보조금 △정부 예산 일부 전환 △탄소세 부과 등 3가지 방안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나머지 64조원은 민간 부문에서 △녹색채권 보조금 제도 △탄소배출 부담금 △에너지 효율 증대 및 재생에너지 장려 또는 화석연료 소비 감축에 관한 규제 등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민국의 빠른 에너지 전환이 중장기는 물론 단기적으로도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며 "탈탄소 정책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산업계 등의 우려를 불식하는 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2030년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주축으로 한 신속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2022년을 재생에너지 투자의 원년으로 삼고,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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