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차수문' 달았는데 침수된 강남건물들 '수두룩'...이유는?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8-26 11:28:31
  • -
  • +
  • 인쇄
물바다에 차수막 있는 청남빌딩과 삼성빌딩은 '멀쩡'
B빌딩과 K빌딩은 차수막 있는데도 지하가 모두 침수
▲ 차수문을 설치한 덕분에 침수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강남의 청남빌딩(좌)와 삼성전자빌딩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역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던 지난 8일, 차수문을 설치했던 빌딩 가운데 상당수가 침수피해를 입은 사실이 드러났다.

강남역 인근의 B빌딩을 비롯해 K빌딩은 지하공간으로 빗물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차수문을 설치했지만 이번 집중호우에 무용지물이었다. 반면 차수문을 설치한 청남빌딩과 삼성전자, 삼성생명빌딩은 이번 집중호우에 멀쩡했다. 강남역지하상가와 맞붙어 있는 삼성전자빌딩은 강남지하상가가 물에 잠겼음에도 불구하고 빗물이 건물로 전혀 유입되지 않았다.

강남역 일대는 빗물이 한꺼번에 몰리는 오목하고 낮은 지대여서 상습 침수구역이다. 2011년에도 이 일대는 물바다가 됐고 이로 인해 인근 빌딩들은 대부분 침수피해를 입었다.

이 당시에도 청남빌딩만 유일하게 멀쩡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청남빌딩은 이 일대가 상습 침수구역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1994년 건물을 완공할 때 차수문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2011년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기면서 청남빌딩은 2012년 차수문을 더 높이는 등 보강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빌딩은 2011년 지하가 모두 침수되는 피해를 입은 후 모든 입구에 차수문을 설치했다. 그 덕분에 이번 집중호우에도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건물 관계자는 "당시 건물밖은 무릎 높이 정도 물이 차올랐는데 차수문 높이는 허리 높이 정도여서 물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침수피해를 한번 당하면서 그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며 "이후 모든 출입구에 차수문을 설치한 덕분에 이번에 건물 내부로 빗물이 유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수문을 너무 낮게 설치해 침수피해를 당한 B빌딩 ©newstree

그러나 강남역 인근의 B빌딩과 K빌딩은 차수문이 설치돼 있는데도 빗물이 유입돼 큰 피해를 당했다.

26일 뉴스트리 취재진이 B빌딩을 직접 둘러보니 실제로 차수문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시간당 100mm 이상 쏟아지는 폭우를 감당할 수 없었는지 차수문은 제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말았다. 빌딩 관계자는 "차수문을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어나는 빗물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빌딩들은 침수된지 20일 가까이 돼 가지만 아직도 원상복구를 못한 상태였다. 현재 B빌딩은 냉·난방은 물론 엘리베이터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빌딩 관계자는 "현재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 비상발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차수문 높이였다. B빌딩 1층에 설치된 차수문은 승용차 사이드미러와 맞닿을 정도의 높이였다. 이번 집중호우로 강남역 일대 도로는 승용차 지붕만 겨우 보일 정도로 물바다가 됐다. 물의 높이보다 차수문의 높이가 낮으니 물이 흘러넘쳐 유입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지하1층에 설치된 차수문의 높이는 이보다 더 낮았다. 지상에 쏟아진 빗물은 차수문을 넘어 그대로 지하로 흘러들었다. 

B빌딩 바로 옆에 위치한 K빌딩의 침수피해 상황은 더 참혹했다. 전기가 아예 들어오지 않다보니 폐허같았다. 그런데 이 빌딩은 지하로 향하는 동쪽 출입구에 170cm 높이로 차수문이 떡하니 설치돼 있었는데도 침수됐다. 이 빌딩 관계자는 "당시 도로는 택시의 천장까지 물이 차올랐을 정도"라며 "차수문 높이는 이보다 훨씬 높았지만 빗물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빌딩 출입문마다 차수문이 설치하지 않아서였다. 도로는 택시 천장이 잠길 정도로 물이 차올랐기 때문에 인근의 빌딩 1층들도 대부분 물에 잠겼다. 그런데 K빌딩은 1층 정문에 차수문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곳을 통해 지하로 물이 밀려들어갔다. 모든 출입구에 차수문을 설치했더라면 이같은 침수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차수문이 설치돼 있지 않은 K빌딩 정문 ©newstree


서초구는 2011년 7월 침수피해가 발생한 그해 8월 지하층이 있는 신축건물에 대해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기존 건물에 대해서는 이를 의무화하지 않았다. 이에 건물주들은 제각각 차수문을 설치했다가 이번에 참변을 당한 것이다. 청남빌딩은 170mm 높이로 설치한 반면 B빌딩의 차수문은 성인의 무릎 높이였다. 빗물이 신축건물과 기존 건물을 가려서 유입되는 것이 아닌데 행정당국의 안일한 처사가 침수피해를 낳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강남 일대가 물바다가 되면서 침수된 피해차량은 1만1142대로 추정되고 있다. 추정 손해액은 무려 1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손해보험협회는 보고 있다. 침수차량 가운데 외제차량이 3599대다. 빌딩 지하에 주차했다가 침수된 차량도 무지기수다.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확인하러 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번 집중호우의 피해는 컸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빌딩 차수문 설치만 의무화했더라도 막을 수 있는 피해였다.

이에 한 시민은 "침수로 인해 재산상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차수문을 설치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기후변화로 집중호우에 대한 빈도와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수문 설치로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건물 관계자도 "차수문을 설치하지 않았더라면 100% 침수됐을 것"이라며 "피해액을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해수부, 2027년까지 '해양보호구역' 2배로 늘린다

해양수산부가 오는 2027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어업 규제를 절반으로 줄인다.13일 해수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해양수산

빙그레, 영업용 냉동 탑차 전기차로 전환한다

빙그레가 친환경 사업장 구축을 위해 영업용 냉동 탑차를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12일 밝혔다.이번에 전환되는 차량은 빙그레의 영업소에서 빙과 제품

셀트리온, ESG 경영활동 일환으로 야생조류 보호활동 전개

셀트리온은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의 일환으로 지역 시민단체인 인천녹색연합과 공동으로 야생조류 보호 ESG 활동을 전개했다고 11일 밝혔다.이번 행사

[알림] 돌아온 트럼프와 美 에너지정책 전망...25일 'ESG포럼' 개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미국의 에너지 정책기조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세계는 미국의 변화에 영향을 받

울산시, 내년부터 공공 현수막 친환경 소재로 바꾼다

울산시가 2025년 1월부터 시청의 전 부서와 출자·출연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행정용과 행사·축제 홍보용 현수막(현수기)을 친환경 소재로 전환

SK '이사회 2.0' 도입...최태원 "AI시대 기회포착 '운영개선' 필수"

SK그룹이 각 관계사 이사회의 역할을 '경영진에 대한 관리·감독'으로 강화하는 '이사회 2.0' 도입을 통해 그룹 거버넌스 체계를 고도화한다.11일 SK

기후/환경

+

[COP] "기후재원 연간 1조달러 필요"...선진국 서로 눈치만

기후위기로 피해를 입고 있는 빈곤국들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기후재원이 2030년까지 매년 1조달러(약 1402조8000억원)라는 진단이 나왔다.아제르바이잔

임차인도 영농형 태양광 사업 가능...'농지법' 개정안 발의

농작물을 경작하면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확대를 지원하는 '농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개정안은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에 태양

스페인 하늘에 '구멍'...역대급 폭우 2주만에 또 폭우

넉달치 비가 하루에 내리면서 역대급 피해를 입었던 스페인에서 또다시 폭우가 내려 동부와 남부 학교가 폐쇄되고 주민들이 대피했다.13일(현지시간)

[COP] 프랑스까지 불참...기후위기 공동대응 균열?

프랑스가 아제르바이잔과의 갈등으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기후위기 공동대응이라는 국제적 공감대가 무

기후·분쟁 취약국 70%가 아프리카...온실가스 배출량은 3.5%

기후위기와 분쟁에 취약한 국가로 꼽은 17개국 중 70% 이상(12개국)이 아프리카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13일 국제 인도주의 구호단체 국제구조위원회(IRC

해수부, 2027년까지 '해양보호구역' 2배로 늘린다

해양수산부가 오는 2027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어업 규제를 절반으로 줄인다.13일 해수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해양수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