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 안에서 잠잔다"…'노아의 홍수' 다시 오나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10-22 08: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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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기후변화로 전세계 폭우·홍수 몸살
파키스탄·나이지리아 등 이재민 수백만명
▲올해 10월 나이지리아에 닥친 홍수.(사진=AP/연합뉴스)

올해 기후변화로 증가한 폭우·홍수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현재 전세계 각국에서 단기성 폭우에 따른 돌발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지역은 극심한 가뭄과 갑작스러운 폭우를 오가며 산사태 및 기타 연쇄효과의 위험까지 뒤따르고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 지난 6월부터 내린 폭우로 국토 1/3이 침수되고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자연과 전쟁을 벌였고 자연은 파괴적인 방식으로 반격하고 있다"며 이는 전례없는 자연재해라고 한탄했다.

폭우·홍수 증가의 원인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로 지적된다. 기온이 오르면 대기에 축적되는 수분이 늘어나 비나 눈으로 고스란히 방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빙하가 녹고 물이 열에 팽창하면서 해수면이 상승해 해안지역을 침수시키고 있다. 이러한 물난리는 앞으로 더 흔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 나이지리아서 600명 이상 사망

나이지리아는 1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홍수로 36개 주 중 최소 18개 주가 피해를 입었고 6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100만 명 이상의 국내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는 기후위기로 발생한 폭우에 정부의 무대응, 기후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부족 등 여러 요인이 겹쳐 피해가 확대된 것으로 비판받았다. 아다몰라 오군세산(Adedamola Ogunsesan) 나이지리아보존재단(Nigerian Conservation Foundation) 프로젝트 매니저는 "나이지리아의 하천 범람원 대부분이 잘못 관리되고 있었으며 홍수 발생 시 대피절차와 안전확보에 대한 명확한 정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주요 홍수피해 지역인 남동부·중북부 지역은 수백 개의 지역사회가 단절되어 식량과 깨끗한 물, 연료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리 데쿠모(Yeri Dekumo) 나이지리아 바이엘사주 주지사의 특별보좌관은 "특히 농촌지역 사람들은 현재 카누 안에서 잠을 자고 생활한다"고 밝혔다. 바이엘사주는 홍수피해가 가장 심각한 주 중 한 곳이다.

나이지리아기상청은 더 많은 홍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무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4주 전 홍수가 시작된 이후 아직까지 연설을 하지 않고 있으며 비상사태조차 선포되지 않은 상태다. 


◇ 호주 '100년에 한 번' 일어날 홍수, 불과 11년 만에 발생

이번 달 호주 남동부 전역에는 폭우가 내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집에서 쫓겨났다. 홍수는 뉴사우스웨일즈와 빅토리아주, 그리고 태즈메이니아주의 최소 16개 강을 범람시켰다. 퀸즐랜드주 동부 해안과 뉴사우스웨일스주 북부 일대에 홍수가 발생한 지 반년 만이다. 100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날 홍수가 불과 11년 만에 두 번째 발생한 것이다.

원인은 2년간의 여름 라니냐로 토양 습기가 포화된 가운데 저수지가 위치한 지역에 내린 폭우로 인한 것이다. 시드니는 올해 강수량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뉴사우스웨일스주 남부·중부 일부지역은 100년 만에 10월 강수량 기록이 깨졌다. 지난 7일 멜버른은 한 시간 만에 월 평균 강수량의 절반을 기록했다.

하천범람으로 멜버른 서부 교외지역이 침수되고 강둑이 터지면서 사람들이 가축을 대피시키고 참호를 파는 일이 일어났다. 세 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빅토리아주 북부 에추카 마을에서는 150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올 것으로 예측돼 주민들은 2km 길이의 임시 토사제방을 쌓아올리는 등 대비를 하고 있다. 빅토리아주의 또 다른 마을인 케랑은 최대 2주간 나머지 지역과 단절될 것으로 예상됐다.

홍수에 휘말린 호주 토종 야생동물들도 수백 건 보고됐다. 18일 호주 비영리단체 와일드라이프빅토리아(Wildlife Victoria)는 탁한 물속을 헤엄치는 캥거루, 물에 잠긴 마당을 지나가는 에뮤, 페트병 위에 올라가려고 하는 바늘두더지 등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 예측불가한 동남아시아의 폭우

그런가 하면 이번 주 이례적인 장마와 홍수가 동남아시아를 강타해 수십 명이 죽고 수천 명이 집을 잃었으며 주요 농업지역들이 피해를 입었다. 최근 수년 간 극심한 가뭄 후 예측할 수 없는 폭우의 패턴이 이어지면서 그에 따른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이라고 지적했다.

태국 내무부는 홍수로 태국 77개 주 중 59개 주에서 약 45만 가구와 10만 헥타르 이상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으며 이번 주 내내 집중호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약 230억 바트를 지원금으로 배정했다고 밝혔다.

휴양지로 유명한 태국 푸켓도 19일 폭우로 관광 일정이 중단됐다. 주민들은 30년 만에 경험한 최악의 폭풍이라고 전했다.

베트남 중부에서는 폭풍이 더 거세지면서 홍수사망자가 10명으로 늘고 다낭 해안가의 1만1000여 가구가 물에 잠겼다.

캄보디아는 지난 주 강 수위의 상승으로 여객선이 침몰해 어린이 11명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북부지방 홍수로 인한 농경지 피해의 책임을 농림부 장관에게 물어 그를 해임한 데 이어 발생한 사건이다.


◇ 물에 휩쓸린 베네수엘라 도시들

베네수엘라 북부 엘 카스타뇨(El Castaño) 마을은 17일 폭우로 댐이 무너지면서 초토화됐다.

마을 주민 대부분은 대피했으며 홍수 및 정전으로 단절된 이웃마을로 진입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군은 군인 2800명을 해당 지역에 급파해 복구 작업을 지원했다.

8일 라스 테헤리아스(Las Tejerias) 마을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최소 54명이 사망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는 하루 평균 35일치의 강우량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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