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조 대신 시신 가방만 도착
내전의 공습을 피해 튀르키예로 피난을 떠났던 시리아 난민들이 지진으로 싸늘한 주검이 된 채 고향 땅으로 돌아왔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통제소 바브 알하와를 통과한 시리아인 시신은 85구에 달했다.
8일에도 수십 구의 시리아 난민 시신이 더 넘어왔다. 시신은 검은색 시신용 가방이나 파란색 방수포, 형형색색의 담요에 싸인 채 승합차 뒤에 실려왔다. 유가족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붙인 이름표만이 누구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시리아에서 가족의 시신을 기다리던 아흐마드 알 유세프(37)는 "시리아에서 죽지 않은 사람은 튀르키예에서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촌의 딸인 13세 소녀 야라 이브나야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사촌 가족들은 지난 2013년 내전이 격화되자 고향을 떠나 튀르키예 국경에 가까운 시리아의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튀르키예로 건너갔다.
내전이 이어진 지난 12년 동안 더 안전한 곳에 정착하기 위해 튀르키예로 피난을 간 시리안 난민은 약 400만 명에 달한다. 다른 수백만 명은 요르단, 레바논, 유럽 등으로 흩어졌다.
국경에 있는 사르마다 인근에서 천막생활을 한다는 아흐마드는 "우리는 죽은이들이 돌아오길 바란다"며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들 사이에 묻히길 원한다"고 전했다.
10여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야라는 할머니가 사는 마을 공동묘지에 묻힐 예정이라 알려졌다.
이밖에도 튀르키예에서 죽은 시리아 난민들의 시신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시리아에 남아 있는 일가는 SUV와 픽업트럭을 몰고 와 추위 속에서도 밤새 기다렸다. 죽은 가족과 친척의 마지막 가는 길을 예우하고 마지막 안식처를 주기 위해서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로 들어가는 유일한 국제사회 원조 통로인 바브 알하와에서는 지난 6일 지진 발생 후 사흘째 구호품 대신 시신 가방만 통과하고 있다.
바브 알하와 미디어 센터 책임자 마젠 알루쉬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튀르키예에서 사망한 우리 국민들의 시신을 수습해 고향에 묻어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진으로 바브 알하와 주변 도로도 차단되고 튀르키예 내에 있던 구호단체들도 지진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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