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주요의제는 세계은행 '녹색화' 될 것"
세계은행이 기후위기 대응를 위해 오는 4월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기후금융'의 역할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스베냐 슐츠 독일 연방경제협력개발부 장관은 최근 회담을 통해 세계은행이 전세계 기후위기 대응의 최전선에 서도록 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논의했다고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세계은행 5대 출자국인 미국과 독일은 24개 세계은행 상임이사국 가운데 가장 강력한 의결권을 행사한다.
앞서 지난 1월 로이터통신은 세계은행 '진화 로드맵'(Evolution Roadmap)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한 바 있다. 보고서는 세계은행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각국의 재건자금을 지원하면서 전세계 빈곤 퇴치를 목표로 설립됐지만, 현행 구조로는 세계적 재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작성됐다. 기후위기에 따른 개발도상국 손실 및 피해보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및 식량대란, 인플레이션 등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세계은행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안팎으로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진화 로드맵'에는 국가별, 프로젝트별 대출 모델에서 벗어나 민간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현재 자본구조 대비 대출규모를 크게 증가시킨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특히 세계은행은 로드맵에서 "세계가 직면한 도전은 국제사회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세계은행그룹이 개발과 기후금융에서 계속해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주들과 경영진이 힘을 합쳐 세계은행그룹의 자금조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기후위기 대응 미흡을 이유로 임기보다 1년 빨리 경질됐다. 이후 일주일만에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아제이 방가 전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CEO)가 지명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그는 우리 시대 가장 급박한 도전과제인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금융을 동원할 수 있는 핵심 경험이 있다"며 방가 전 CEO 지명 이유를 밝혔다. 5년 임기로 연임이 가능한 세계은행 총재는 이사회 의결권 지분 16%를 가진 미국이 선임한다.
지난 7일에는 세계은행의 정책금융 지원을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표에 부합하는 경우로 오는 7월부터 제한하도록 자금조달 방식이 개정됐다. 다만 명시적으로 제외되는 항목은 '전력 생산에 석탄과 이탄을 활용하거나 채굴하는 경우'로 한정돼 있어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이밖의 원유나 가스 사업을 포함한 잠재적 투자처들에 대해서는 '현격한 배출량 증가에 기여'한다거나 '해당 국가의 저탄소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할 경우' 등 주관적인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매우 미진한 규정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2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COP28 의제 설정을 위해 50여개국 기후대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고위급 회의가 진행됐는데, 주요 의제는 세계은행의 '녹색화'(greening)였다. 단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시설부 장관은 "두바이에서 개최 예정인 COP28 의제 논의 과정에서 대사들의 초점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세계은행의 시급한 개혁에 맞춰져 있었다"고 밝혔다.
이를 의식한듯 옐런 장관과 슐츠 장관은 4월 예정된 세계은행 주주총회에서 '진화 로드맵'에 따른 1차적인 개혁을 단행하기 위해 명확한 일정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슐츠 장관은 "옐런 장관과 나는 4월 세계은행 주주총회에서 구속력 있는 스케줄을 마련하는 데 뜻을 같이했다"면서 "세계적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개혁에 대한 결정은 올해 안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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