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선언한 韓 국가 차원의 재무위험 가중될것"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로 제한하려면 전세계적으로 지금보다 5배 빠른 속도로 석탄발전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탈석탄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6일(현지시간) 전세계 에너지 사업들을 추적하는 미국 환경단체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EM)가 9번째 발간한 전세계 석탄발전 추이 연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가동한 석탄발전소 설비용량은 45.5기가와트(GW), 폐쇄된 석탄발전소의 설비용량은 19.5GW다. 즉 지난해 전세계 석탄발전량은 12.6GW 증가해 전년대비 1%가량 늘어난 것이다.
전세계 석탄발전량이 늘어난 원인은 중국이다. 중국의 신규 석탄발전 사업규모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2022년 새로 추가된 석탄발전량 45.5GW 가운데 절반 이상(59%)인 25.2GW가 중국에서 비롯했다. 중국에서 개발중인 신규 석탄발전 사업규모는 전년대비 55% 늘어 전세계에서 개발중인 신규 석탄발전사업의 3분의 2(68%)를 차지했다. 아직 첫삽을 뜨지 않은 개발 예정 프로젝트들의 92%가 중국의 사업들이다.
다만 중국을 제외하면 전세계는 '신규 석탄발전 중단'에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을 뺀 전세계 석탄발전 설비용량은 214GW에서 172GW로 20% 감소했다. 미국은 지난해 13.5GW 규모의 석탄발전소를 폐쇄했고,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에 일각에서 '석탄의 부활'을 예견했음에도 유럽연합(EU)은 2.2GW를 저감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전세계 석탄발전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80GW 규모의 발전소들이 단계적 폐쇄일정을 밝히고 있고, 나머지 1400GW는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에 의해 최종적으로 폐쇄가 예정돼 있다. 관리 범위 바깥의 석탄발전소는 5%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후재앙의 마지노선으로 국제사회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통해 협의한 '1.5℃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지난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석탄발전의 즉각 퇴출을 촉구하며 발표한 '가속화 의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2030년까지 매년 60GW, 나머지 국가는 2040년까지 매년 91GW를 폐쇄해야 한다. 즉 파리협정에 부합하려면 2040년까지 연평균 117GW를 폐쇄해야 하는데, 이 수치는 2022년 폐쇄된 석탄발전소 설비용량의 4.5배나 된다.
특히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2050년 탈석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나 아직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탈석탄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에도 31.7GW 규모의 석탄발전소 41기를 가동한다고 적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중인 석탄발전 용량 39.1GW에서 7.4GW가 빠진 19% 감축에 불과하다. 신규 석탄발전소도 추가로 가동될 예정이다. 이미 강릉안인 1호기는 2022년 11월 가동을 시작했고, 오는 2023년과 2024년에 3기(강릉안인 2호기, 삼척 1·2호기)가 차례로 가동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국가 차원의 재무적 위험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디나마 석탄산업의 퇴출이 가시권 안에 예정된 까닭에 금융시장에서 석탄사업을 외면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국내 발전사업자인 삼척블루파워가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2000억원 규모 회사채 가운데 매수된 금액은 3.5%인 80억원가량에 그쳤다. 또 2022년 32조6000억원을 기록한 한전 적자의 30%가 석탄발전에 의한 금액이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보고서는 석탄 퇴출에 의해 노동자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사회적 비용과 부정적 영향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며 충청남도의 사례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충청남도는 국내 가동중인 석탄발전소 83곳 가운데 30기가 위치해 있다. 충청남도는 2025~2036년 30기 가운데 14기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기금'을 조성했다. 충남지사는 중앙 정부에 '석탄화력발전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하도록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끝으로 보고서는 "석유·가스 부족, 원자력발전소 가동중단, 이상기후현상으로 인한 수력발전 중단 등 겉보기에 석탄에게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석탄의 부활'은 실현되지 않았다"며 "석탄발전소의 폐쇄 날짜를 앞당기고, 신속하고 공정한 신규 석탄발전의 중단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정책 및 자금 조달 방식이 세부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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