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휩쓸고 간 펜션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인건비를 주려고 금고속에 넣어뒀던 돈다발마저 모두 타버려 펜션 주인은 생계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강원 강릉시 안현동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신모(76)씨는 전날 산불로 불탄 건물에서 잿더미가 된 5만원권 뭉치를 발견하자 망연자실했다. 금고에 넣어뒀던 돈다발 외에도 통장과 각종 증서도 모두 불에 타버렸다.
신씨는 강풍에 부러진 나무가 전깃줄을 덮치면서 발생한 불씨로 삽시간에 번진 산불로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샌 신씨는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아들과 함께 펜션을 찾았다. 산불로 피해가 클 것이라 마음먹고 갔지만, 막상 불타서 뼈대만 남은 건물을 보자 그저 맥이 탁 풀렸다.
10년 넘게 잘 가꾼 펜션이었다. 손님들이 편한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정성껏 관리했다. 특히 올겨울부터 5개월가량 장사를 포기하고 리모델링에 들어가 곧 단장을 마칠 예정이었다. 산뜻해진 펜션에서 여름 대목을 누릴 생각에 흐뭇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화마는 건물과 함께 그 꿈도 태워버리고 말았다.
사근진 해변 인근에서 서핑숍과 식당, 게스트하우스를 5년째 운영하던 이모(41)씨도이번 산불로 건물 2동을 모두 잃어버렸다.
이씨는 5월 5일 어린이날 개장을 목표로 업소 새 단장에 나섰다. 앞마당에 조명을 새로 달고 포토존도 꾸몄다. 서핑 강습 공간 마련과 인테리어 등에 수 천만원을 들였다. 다음 달이면 깔끔해진 시설에서 손님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산불이라는 불청객이 먼저 닥쳤다.
세입자인 이씨는 그저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강릉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까지 펜션 28채와 숙박시설 3채가 불에 탄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시는 이날부터 정확한 현장 조사에 들어가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산불로 큰 피해를 당한 강릉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피해 조사를 실시해 복구에 필요한 국비 지원 규모를 산정하고 신속히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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