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에 도시인구 10억명 '물부족' 경험
부유층의 개인 수영장과 정원이 도시의 물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현지시간) 부유층의 과도한 물 낭비가 물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네이처 서스티나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 학술지에 발표됐다. 그 피해는 기후위기, 인구증가와 맞먹는 수준이다.
연구진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유층의 1인당 물 사용량은 빈곤층의 최대 50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케이프타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부유층은 도시의 물을 51%가량 소비했고, 반대로 인구의 62%에 해당하는 빈곤층은 물 사용량 비중이 27%에 불과했다.
부유층들은 개인 수영장에 물을 채우거나 정원에 물을 주는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용도가 아닌 곳에 물을 낭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연구진은 물이 부족한 시기에 부유층들이 개인 시추공으로 물을 끌어다 쓰면서 지하수 자원까지 고갈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구진은 부유층의 물 사용이 기후위기와 관련된 인구변화나 가뭄보다도 전반적인 물 가용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연구는 2016년 보고서를 인용해 "값싸고 풍부한 식수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사회적 불평등으로 빚어지는 물 위기를 대처하는 관료들의 자세도 비판했다. 부유층과 빈곤층간 물 사용량 격차를 간과한 채 공급을 늘리고 물 가격을 높이려는 시도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자원을 균등하게 재분배하는 것이 수자원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케이프타운은 수년간의 가뭄으로 인해 2018년 도시 수도 공급이 중단되는 이른바 '데이제로'(Day Zero)에 직면했던 곳이다. 당시 빈곤층은 최소한으로 필요한 물조차 쓰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케이프타운만 이같은 위기를 겪는 것이 아니다. 2000년 이후 마이애미, 멜버른, 런던, 바르셀로나, 상파울루, 베이징, 벵갈루루, 하라레를 포함한 전세계 80개 이상 대도시가 극심한 가뭄과 물 부족을 겪었다.
연구진은 가까운 미래에 도시 물 위기가 확산돼 도시 거주인구 10억명 이상이 물 부족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 글로벌 물경제위원회(Global Commission on the Economics of Water)는 2030년까지 전세계 물 수요가 공급을 40% 초과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한나 클로크(Hannah Cloke) 영국 레딩대학 교수는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에 사회적 불평등까지 더해 빈곤층이 매일 필요한 물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세계 여러 곳에서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위기가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한 도시 수자원 공유 방법을 개발하지 않으면 결국 모든 사람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다.
글로벌 물경제위원회 보고서의 주요저자인 마리아나 마추카토(Mariana Mazzucato)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는 "물 위기의 중심에 정의와 형평성을 둬야 한다"며 이는 단순히 기술·재정적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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