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진화 급한데도...반려견 '목줄' 다 끊어준 소방관들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4-14 10:36:17
  • -
  • +
  • 인쇄
동자연, 강릉산불로 동물피해 거의 없어
▲일부러 끊어놓은 목줄 (사진=동물자유연대)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소방관들이 마당에 묶여있던 반려동물들의 목줄을 풀어준 덕분에 동물 피해가 적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13일 강릉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아 동물 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탈출하다가 차에 치여 죽은 반려견 1마리와 줄에 묶인 채 숨진 반려견 2마리가 반려동물 피해의 전부라고 밝혔다. 이밖에 사육장에서 기르는 닭이나 염소 등 축산동물들이 피해를 입었다.

대형산불은 순식간에 주택을 덮치기 때문에 몸을 피신하기 바빠 목줄이 묶인 반려견들이 그대로 목숨을 잃는 사례가 빈번하다. 하지만 이번 강릉산불 피해현장에서는 이같은 사례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보통 산불피해현장을 가면 검게 그을리거나 살갗이 벗겨진 채로 경계심을 풀지 못한 동물들이 눈에 띄었는데 이번 산불현장에서는 불에 탄 개집이나 우리만 있을 뿐 유실동물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장은 "산불이 나면 대개 줄에 묶인 반려견들이 피해를 보는데, 소방대원들이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목줄을 다 제거해주셨다고 하더라"며 "예상외로 동물 피해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안도했다.

▲주인 잃은 반려견에게 사료 주는 동물자유연대 활동가(사진=동물자유연대)

동자연은 산불 당일 '목줄에 묶인 채 꼬리를 다리 사이로 숨기며 덜덜 떠는 개들'이나 '가까스로 불은 피했지만 목줄을 길게 늘어뜨린 채 우왕좌왕하며 헤매던 개'를 봤다는 주민 목격담을 토대로 추가 피해를 확인하고자 마을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동물명예보호감시원들과 지역 동물협회 관계자들이 유실 동물을 발견해 보호소에 신고하면, 보호소는 동물을 넘겨받아 보호하다가 주인에게 돌려보내고 있다. 보호소는 현재까지 반려견 9마리, 반려묘 1마리 등 10마리를 보호했다. 이 가운데 이번 산불로 목숨을 잃은 80대 주민의 반려견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마을을 헤매는 모습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보호소 관계자는 "입가에 조금 상처를 입거나 털이 그을린 아이가 있었으나 보통은 건강한 상태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화재로 세워진 임시대피소가 이재민들과 반려동물이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에서 이전보다 동물보호 의식이 한층 성숙해졌다고 평가했다.

송 팀장은 "이재민들이 대피소로 이동할 때 반려동물을 집에 두고 와야 하는 아픈 현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데리고 있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갈등이 있을 수 있어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산불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동물 피해에 대한 메뉴얼은 없다. 임시대피소에 반려인이 출입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규정이 없어 산불이 난 현장에선 이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송 팀장은 "매뉴얼은 없지만 동물보호감시원들과 지역 동물협회, 지자체가 나름의 방식대로 시스템을 구축해서 동물보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감명받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사례를 본보기 삼아 매뉴얼을 만들고, 전문 동물구호 기관 선정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과 이에 걸맞은 역량 구축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