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걷어도 3조불 "전환기금으로 활용가능"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라도 '부유세' 징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13일(현지시간)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납세일을 맞아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내 부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소득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5%를 가져가는 반면, 부에서는 상위 10% 부유층이 전체 부의 70.7%를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하위 50%가 소득과 부를 가져가는 비중은 각각 13.3%와 1.5%에 불과했다.
옥스팜은 이같은 격차가 민주주의와 기후위기 대응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기준 기업, 무역협회, 노동조합 등 영향력 있는 단체들이 미국 의회와 정부기관에 투입한 로비금액은 약 41억달러(약 5조3300억원)인데, 이 가운데 87%를 차지한 로비 주체는 기업이었다.
결국 돈의 힘이 작용하면서 정치에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기 힘든 구조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기후위기 대응, 최저임금 및 약값 책정 개혁 등에 대한 진보적 의제들이 큰 폭의 지지를 받고 있으면서도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유권자의 4분의 3의 지지를 받아 기후위기, 아동·노인·장애인 복지, 의료보험 확대를 골자로 한 '더 나은 재건' 법안을 추진할 때 이를 가로막기 위한 수백만달러 규모의 기업측 로비 정황이 포착된 바 있고, 법인세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미국 국민의 3분의 2를 넘겼음에도 2001년부터 부자감세가 계속돼 미국 국가부채를 10조달러(약 1경3000조원) 늘렸다는 게 옥스팜의 분석이다.
게다가 옥스팜이 재산규모 상위 125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화석연료나 시멘트 업체 등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자금은 2조4000억달러(약 3120조원)에 달했다. 이는 S&P500에 투자된 금액의 2배다. 또 이들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연간 300만톤으로 재산 규모 하위 90%와 비교했을 때 100만배 더 많았다.
이에 옥스팜은 부유세를 걷어 기후위기 대응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했다. 미국 상위 0.05%에 해당하는 10만여명을 대상으로 가계자산 및 신탁재산이 5000만~10억달러일 경우 연간 2%, 10억달러 이상인 경우 1%의 추가 누진세를 적용해 이들에게 2~3%의 부유세만 부과해도 10년내 3조달러(약 4000조원) 규모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옥스팜은 "미국을 포함한 부유한 나라들의 탄소배출로 기후재앙을 직면한 저소득국가들에 기후대응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정의의 문제"라며 추가 세수 가운데 800억달러를 저소득국가 기후대응 기금으로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또 미국 내 모든 가정이 가스에서 전기로 난방시스템을 전환하고, 태양광패널을 설치하고, 내연기관차를 처분하고 전기차를 새로 장만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인프라 전환기금 및 보조금 마련에 2000억달러를 투입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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