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규제 본격화되나?...WHA '플라스틱 오염' 결의안 첫 채택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5-30 17:30:32
  • -
  • +
  • 인쇄
환경문제로 겉돌던 플라스틱 오염 이례적 의제화
"기념비적 결의안" 평가...플라스틱협약 탄력 전망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청사 (사진=연합뉴스)


환경문제로 치부돼 세계보건총회에서 외면받던 '플라스틱 오염'이 건강위협으로 인정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주최 제76차 세계보건총회(WHA)에서 '인체 건강에 대한 화학물질, 폐기물, 오염의 영향' 결의안이 거의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페루를 필두로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40여개국이 공동서명한 이번 결의안은 플라스틱을 비롯한 화학물질의 건강영향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첫 사례다.

플라스틱은 다양한 경로로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소각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심각한 보건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립으로 생태계 전반에 퍼진 미세플라스틱은 음식과 음료에 섞이고, 플라스틱 용기나 식기류에서도 떨어져나와 인체내 혈관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체내 침투한 미세플라스틱은 내장기관 내 세포 기능을 저해시키거나, 내분비계 수용체에 끼어들어 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유에서까지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면서 신생아의 건강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학계에서 이같은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지만, 정작 WHO는 플라스틱 오염이 환경문제이기 때문에 인체 건강에 대한 주제로서는 적합하지 않고, 코로나19 팬데믹, 말라리아, 결핵 등 질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미뤄왔다. 결국 대부분의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에 대한 연구는 WHO나 국제기구의 인증없이 진행되고 있어 각국의 보건당국은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나 모니터링을 선뜻 정책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WHA에 참가한 페루 대표단은 다국적기업이 수은을 활용해 페루에서 벌이고 있는 불법 금 채굴사업으로 페루 열대우림의 대기중 수은농도가 전세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고통받는 원주민들의 사례를 들어 화학물질로 인한 생물다양성 및 환경파괴는 인체 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이로써 그간 WHO의 입장에 따라 유지되던 WHA의 전반적인 기조가 뒤집히면서 결의안이 통과됐다.

결의안에는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플라스틱을 비롯해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우려에 대해 부족한 정보를 보강하고, 해당 보고서를 발간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각국 보건당국에는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협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제안들을 적극적으로 제출할 것을 독려했다.

이는 29일(현지시간)부터 프랑스 파리에 173개국이 모여 진행중인 국제플라스틱협약 2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2)와 맞물려 각국의 플라스틱 생산규제 강화 움직임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페루 대표단의 베르나르도 로카-레이는 "환경, 건강, 기후, 생물다양성은 개별 주제가 아닌 하나의 축으로 이해돼야 한다"며 "이번 결의안은 플라스틱을 비롯한 화학물질 오염의 인체 영향을 WHO의 정식 의제로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결의안"이라고 평가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소비촉진'...현대이지웰, 국내 첫 '온라인 그린카드' 도입

현대이지웰이 국내 최초로 '온라인 그린카드'를 도입해 친환경 소비촉진에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 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21일 한국

경기도, 사회적경제조직·사회복지기관에 'ESG경영' 지원한다

경기도가 오는 5월 16일까지 'ESG 경영지원 사업'에 참여할 도내 사회적경제조직 및 사회복지기관을 모집한다고 21일 밝혔다.사회적경제조직과 사회복지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기후/환경

+

"한국 2035년까지 온실가스 61% 감축 가능"...어떻게?

우리나라는 국제감축 활용 없이도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61% 감축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21일 기후솔루션과 미국 메릴랜드대학 글로벌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