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가정과 삶이 파괴...디스토피아는 이미 시작됐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9-12 15:12:45
  • -
  • +
  • 인쇄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
▲제5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참여자들이 모로코 지진을 애도하며 묵념하고 있다. (사진=AP통신/연합뉴스)


가뭄과 홍수, 산불 등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후재난에 대해 볼커 튀르크(Volker Türk) 국제연합(UN) 인권최고대표는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디스토피아적 미래는 이미 다가왔다"고 우려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4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현재 전세계 상황을 이렇게 규정하면서 "환경을 약탈하는 자들의 면책특권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튀르크는 "최근 이라크 바스라라는 곳을 방문했는데, 그곳은 한때 대추야자가 운하를 따라 늘어서 있던 곳이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가뭄과 불볕더위, 극심한 오염, 빠르게 고갈되는 담수 등으로 잔해와 먼지가 쌓인 황량한 풍경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기근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기후변화는 희망과 기회, 가정과 삶을 파괴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몇 개월 사이에 발생한 전세계적인 기후재난을 두고 '국가 인권 비상사태'라고 규정했다.

특히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합의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화석연료 퇴출은 절실히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 난민과 기아 등 여러 인권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튀르크 인권최고대표는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렇다보니 이주민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6월 그리스 앞바다에서 발생한 난파선 사고로 6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을 포함해 올해 지중해에서 2300명 이상이 사망 또는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튀르크 인권최고대표는 또 "영국해협, 벵골만, 카리브해, 미국-멕시코 국경, 사우디 국경에서 지금도 이주민이 사망하고 있다"며 "유엔인권사무소 차원에서 엄중히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에코사이드'(Ecocide)라는 용어가 사용돼 눈길을 끌었다. 에코사이드는 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죽이다, 학살이라는 뜻의 사이드(cide)가 합쳐진 말로, 환경오염이나 기후재난으로 인한 대량 인명피해를 일컫는다. 

튀르크 인권최고대표는 "22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건이 대표적인 예"라며 "3년이 지난 지금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비극과 관련된 인권침해를 조사하기 위한 국제사실조사단을 발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환경을 심각하게 약탈하는 사람과 기업의 면책에 대응해야 한다"며 "에코사이드를 국제 범죄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기만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새로운 기술의 도움으로 거짓과 허위 정보가 대량 생산되어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기득권 엘리트의 이익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중 가장 명백한 사례는 기후변화"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