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낸 전공의 9200명으로 늘었다...의료현장 '대혼란'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2-22 16: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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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인천의 한 대학병원 접수창구 앞이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흘째 병원을 떠나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최소 9000명을 넘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수도 8000명을 넘어섰다.

22일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47곳 현장점검·53곳 서면보고)한 결과 소속 전공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보다 459명 더 늘어난 숫자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8024명으로, 하루전보다 211명 늘었다. 지금까지 사직서가 수리된 사례는 없었다.

전공의는 대형병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자 수련하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가리킨다. 현재 전국 100개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는 1만3000여명으로, 전체 전공의의 약 95%에 이른다. 전공의는 환자를 직접 수술하거나 진료하진 않지만, 교수의 수술을 지원하고 환자 상태를 관리하기 때문에 이들이 없으면 수술, 진료 등에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공의 단체행동에 대해 '면허박탈' 등을 예고하며 연일 강경대응 방침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직서를 제출하는 전공의는 매일 더 늘어나고 있다. 이날 복지부는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038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5230명을 제외한 808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행동에 참여하는 전공의들은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발생한 '의료공백'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수술·진료 규모가 줄어 수술 일정이 미뤄지는 것은 물론, 신규 외래진료 예약을 받지 않은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응급실도 중증·응급 환자 위주로 축소 운영되고 있다.

병원에서 외래 진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더라도 대기시간은 평소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마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처지다. 수술실 가동률이 절반 밑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암이 전이된 환자의 수술이 취소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지난 21일 하루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21일 오후 6시 기준 총 57건이다. 수술 지연 44건, 진료 거절 6건, 진료예약 취소 5건, 입원 지연 2건이었다. 기존에 접수된 92건과 합치면 환자 피해사례는 모두 149건에 달한다.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들은 전체 수술을 30%~50%까지 줄였다. 서울대병원은 수술을 연기하고 신규 진료예약을 줄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수술을 절반으로 줄인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수술실 22개 중 10개만 운영중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 이탈로 이날 수술의 40% 이상이 연기될 것으로 봤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역시 수술을 30%가량 축소했다. 신규 환자의 외래진료 예약도 크게 줄였다.

부산대병원은 마취과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면서 하루평균 90∼100건가량 이뤄지던 수술 건수가 30% 줄었다. 울산에서도 암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거나 항암치료 중 소변줄이 끊어졌는데 의사가 없어 내원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북대병원 곳곳에서는 의료진들이 인력 배치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의료진이 부족해 매주 수·목요일 외과 진료를 받지 않고 있다. 수원 성빈센트병원도 정형외과 등 주요 진료과의 신규 외래 진료 예약을 중단했으며, 일부 수술 일정을 뒤로 미뤘다.

정부는 수술 지연 등 피해자에게 법률상담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떤 환자가 앞으로 치료받을 병원을 쉽게 고소·고발하겠느냐"는 자조적인 반응도 나왔다.

결국 전문의, 간호사 등 현장에 남은 다른 의료진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병원들은 야간당직 등 전공의의 빈 자리를 전임의와 교수 등을 동원해 채우고 있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남아있는 의사들의 번아웃(소진)"이라며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이 지나면 걷잡을 수 없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동맹휴학에 나서는 의대생 수도 늘었다. 수업거부 등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교육부는 전날 10개교에서 수업거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21일 새로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 수는 오후 6시까지 3025명으로 집계돼 누적 학생수가 1만1778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4월 1일 기준 전국 의과대학 재학생 수가 1만8793명인 점을 고려하면 62.7%가 휴학 신청을 한 셈이다. 이 중 의대 증원에 대한 반발이 아닌 입대, 유급 등 개인적인 사유로 휴학 신청이 승인된 사례는 44건에 그쳤다.

이러한 단체행동이 장기간 이어지면 학생들은 집단 유급될 수 있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1/3 또는 1/4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이 부여된다.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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