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재생에너지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유럽연합(EU) 공급망 실사를 강화하고, 금융조달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 지원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개최한 '제1차 통상법무 카라반: 글로벌 통상규제와 한국 친환경에너지 산업의 기회와 도전' 세미나에서는 글로벌 통상규제의 흐름을 알아보고, 국내 친환경 에너지산업의 해외 진출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됐다.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시장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2023년 신규발전설비 투자비용 8200억달러(약 1095조원) 가운데 80%인 6600억달러(약 881조원)가 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됐다. 이에 더해 지난해 COP28에서 123개국이 합의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에 힘입어 2030년까지 전세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의 연평균 증가율은 15%, 2050년까지는 8%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재생에너지 시장은 중국의 점유율이 극도로 높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초기 시장을 장악하고, 정부 주도 대규모 투자로 기술력도 한껏 끌어올리면서 공급망 부품에 따라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59~97%에 달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은 커가는 재생에너지 시장 앞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김세진 산업부 통상분쟁대응과장은 "유럽연합(EU)의 통상규제를 지렛대 삼아 국내 기업들의 타개책으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U는 재생에너지 시장규모, 수익성, 개방도 등을 고려했을 때 유망도가 가장 높은 시장이지만, 동시에 통상규제가 가장 까다롭다. 달리 말하면 EU의 통상규제에 잘 적응할 수만 있다면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EU는 EU택소노미 보완입법, EU배터리규정, EU산림벌채규정, EU에코디자인규정, 역외보조금규정, EU핵심원자재법 등 '글로벌 통상규제의 발전소'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다양한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들 규제는 주주가치뿐만 아니라 인권과 노동을 포함한 기업의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하는 '이중중대성' 평가에 방점을 찍고 있다.
따라서 향후 EU의 통상규제가 본격 시행됐을 때 중국 내 인권 문제,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 하에 있는 중국 기업들의 거버넌스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공급망 점유율이 소폭 하락할 전망으로, 이는 우리 기업에 있어 기회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 8월 사이언스지의 분석에 따르면 당장 기후공시를 의무화할 경우 전세계 기업이익이 평균 44% 감소하는데, 한국의 경우 46% 감소하는 반면 중국의 경우 56% 감소해 하락폭이 더 컸다.
김 과장은 "결국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사업 진행에 앞서 EU 통상규제에 거스르는 지점이 없는지 타당성 조사에 대한 업무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며 "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들의 실사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금융조달력'도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연료비가 들어가진 않지만, 초기 인프라 조성에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고, 이를 장기간에 걸쳐 회수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산업부가 재생에너지, 건설, 발전기업 140여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해외진출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 해외진출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기업들 모두 '금융조달'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에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해외진출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산업부 재생에너지과 이재식 과장은 "입찰이 가시화된 프로젝트에 대해 수출 금융기관, 무역관 등을 구성한 종합지원,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국제 온실가스 감축사업 발굴, 국내에 진출한 해외 개발사와 국내 기자재 업체의 동반 해외진출 확대 등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