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의 ESG 풍향계] 규제가 무서워 ESG경영?

최남수 서정대 교수 / 기사승인 : 2024-03-21 08:00:02
  • -
  • +
  • 인쇄

ESG는 표면적으로 보면 규제나 부담으로 다가오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투자자와 금융기관,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에 ESG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투자자와 금융기관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그리고 소비자들은 환경 보호 등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는 제품을 구매하려는 '가치소비' 관점에서 ESG 경영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들어 기업이 따라가지 않으면 안되는 구체적 제도가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지속가능성 및 기후공시의 틀이 속속 마련되고 있으며 고탄소 제품에 재무적 부담을 지우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확정돼 2026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 친환경 경영이나 제품으로 꾸미는 그린워싱 문제가 심각해지자 각국 정부가 규제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내에서는 ESG를 주로 제도나 규제로 보는 '평면적' 시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능동적인 실행보다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피동적 움직임이 지배적인 게 솔직한 현실이다. 하지만 잊지 않아야 할 점은 ESG의 목적이 환경을 보호하고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가치를 경영 전반에 내재화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ESG에 대한 이같은 '입체적' 시각을 놓치고 자칫 규제에만 시선이 쏠리면 '별'을 보지 못한 채 '땅'만 주시하는 잘못을 범하게 될 우려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들이 ESG 경영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기업전략과 운영에 ESG가 필수가 돼서', '관련 의무와 규제에 대비', '고객사와의 안정적 거래유지' 등이다. 정작 기업가치 상승을 가져오는 매출확대와 신규 비즈니스 확보의 기회로 보는 응답비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기업은 어떨까? 한국경제인협회의 전신인 전경련이 조사한 내용을 보면, 대기업이 ESG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 1위는 '기업 이미지 제고'(43.2%)이고, 다음으로 '국내외 수익 직결'(20.8%), 'ESG 규제 부담'(18.0%), '투자자 관리'(15.3%) 순이다. 대기업이어서 그런지 수익을 두번째로 중시하고 있지만, 항목별 응답 비율을 비교해보면 ESG를 가치 제고의 계기로 보는 적극적 시선은 미흡한 편이다.

이 점이 외국기업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KPMG가 전세계 1300명 이상의 CEO에게 물어본 결과, 대부분의 CEO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비즈니스 전반에 ESG를 내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KPMG의 또다른 조사에서도 기업 리더 중 43%는 ESG가 재무적 성과를 개선한다고 답했다. 맥킨지 조사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인들에게 ESG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성장촉진'이 44%로 응답비율이 가장 높았다. 외국 기업인들은 기업가치 제고를 ESG 경영의 지향점으로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ESG 경영은 기업 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SG 평가기관인 에코바디스는 환경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기업이 EBITDA 마진(이자·법인세·감각상각 전 영업이익)이 더 낫고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가진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이익률이 3% 포인트 높다고 진단했다. 맥킨지는 자본과 소비자 수요가 저탄소로 이동함에 따라 2030년까지 기업들은 탈탄소화로 매년 9조~12조달러의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선도기업이 비용과 탄소감축을 동시에 추진하면 재무성과를 최대 15%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에서 모범을 보인 기업이 있다. 핀란드의 정유기업인 네스테는 설립 이후 60년동안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원유 사업에만 전념하다가 이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제품 자체를 바이오 디젤 등 재생연료로 대전환했다. 그 결과 이 기업은 2015년에 세계 최대 재생연료 기업으로 부상했고, 캐나다의 기업평가 기관인 코퍼릿 나이츠가 선정한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 중 2~4위를 유지하고 있다. ESG를 내재화해 사업모델을 환골탈태(換骨奪胎)한 사례다.

모든 일에 있어서 '능동'과 '피동'은 큰 차이를 가져온다. ESG 경영도 마찬가지다. ESG는 단지 제도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영 전반을 ESG의 가치를 중심으로 혁신해서 능동적으로 기업 가치를 키우는 과정이다. 그렇게 하는 기업이 ESG 경영에서 의미 있는 열매를 맺고, 사회와 경제도 건강하게 가꿔갈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 최남수서정대 교수 nschoi@seojeong.ac.kr  다른기사보기
  • 현 서정대 교수/SK증권 ESG위원장/전 YTN 대표/ 전 MTN 대표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AI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코이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협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리우협약,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합의를 이뤄낸 기후변화대응협의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