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폐기물' 트럭으로 지구 한바퀴..."제조업체 재활용 책임 강화해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3-21 15:48:50
  • -
  • +
  • 인쇄
플라스틱·중금속 범벅 전자폐기물 6200만톤
재활용 인프라 구축하고 수리·재사용 장려해야


전자폐기물 발생량과 재활용률의 격차가 5배로 벌어지고 있어 수거나 위험물질 관리 등 제조업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유엔이 발간한 글로벌 전자폐기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세계적으로 6200만톤의 전자폐기물이 배출됐다. 40톤트럭 150만대를 가득 채울 양으로, 트럭들을 일렬로 나열하면 적도를 한바퀴 돌고도 남는 길이가 된다.

이는 2010년 전자폐기물 발생량과 비교했을 때 82% 상승한 수치다. 앞으로도 인공지능(AI) 기술발전, 개발도상국 구매력 강화 등의 요인으로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는 한동안 늘어 2030년에 이르면 전자폐기물 발생량은 2022년보다 32% 더 늘어난 8200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전자폐기물은 각종 환경오염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배터리에는 납, 수은 등의 중금속이 들어있고, 냉장고, 에어컨 등의 제품에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 냉매가 들어있다. 각종 금속을 채굴하는 과정에서도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거나 산림을 훼손하는 등 환경을 파괴한다. 제품 자체와 이를 감싼 포장재는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어 미세플라스틱 오염도 가중시킨다.

이에 따라 전자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여 유해물질의 누출이나 자원의 추가적인 채취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2022년 기준 전자폐기물의 재활용률은 22.3%로 재활용되는 폐기물보다 그대로 매립·소각되는 폐기물이 5배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자 장난감, 청소기, 전자담배 등 소형 전자제품류는 전체 폐기물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재활용률은 오히려 전체 평균치보다 더 적은 12%에 그쳤다.

이는 근본적으로 제조업체의 폐기물에 대한 책임이 미약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자폐기물 감시단체 바젤행동네트워크(BAN)의 짐 퍼켓 대표는 "제조업체들은 어떻게든 소비자가 빨리 제품을 버려 새로운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 수 있도록 제품 디자인의 방향을 '폐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유해물질의 제거, 폐기물의 수거 및 재활용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전자폐기물에 대한 정책이 존재하는 국가는 절반도 안되는 81개국에 불과했고, 해당 정책이 엄격하게 집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특히 가장 많은 전자폐기물을 발생시키는 미국은 전자제품의 재활용을 강제하는 연방법이 없고, 몇몇 주만 자체적으로 소극적인 규제를 적용하고 있을 뿐이다.

자국내에 실효성 있는 규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선진국이 전자폐기물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개발도상국으로 폐기물을 배로 실어 넘겨버리면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문의 주요 저자이자 유엔훈련조사연구소(UNITAR) 선임연구원 키스 발데는 "선진국의 폐기물 무단수출을 방지하는 게 전자폐기물 대란을 대처하는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폐기물을 재활용하면 제조업체들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이점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22년 전자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방지한 신규 광물 채굴로 탄소배출량이 5200만톤 감축됐다. 또 2022년 발생한 전자폐기물에 잔존해 있는 금속의 경제적 가치는 910억달러(약 120조원)에 달한다. 채굴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임으로써 탄소세와 같은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고, 남아있는 금속을 추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면 폐기물 매립지도 또 하나의 광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발데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이 통상업무를 유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재활용 인프라 구축에 큰 돈을 쏟아붇고, 수리 및 재사용을 장려하고, 전자폐기물 무단수출을 방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