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재활용 재검토·재활용률 측정 보강해야"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려면 플라스틱 제품의 폐기가 아닌 생산 단계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플라스틱 국제협약 개최국인 우리 정부의 역할이 미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해 결성된 15개 시민단체 모임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는 기자회견에서 성명을 통해 "정부가 열분해를 중심으로 한 재활용만 강조하며 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생산감축을 포함한 전주기에 걸친 오염을 규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가장 큰 국제적 기후합의로 평가된다. 이 협약 성안을 위해 오는 23일부터 캐나다 오타와에서 제4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가 개최된다. 오는 11월에는 최종 성안을 목표로 5차 위원회가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는 협약 개최국이자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우호국 연합(HAC)에 속해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협약이 진행되는 내내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플라스틱을 4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주요 오염 유발국이지만, 신재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이나 폴리염화비닐(PVC) 등 특정 물질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데는 '신중한 접근'을 취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우리 정부는 생산 감축이 아닌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특히 산업계와 적극적으로 '화학적 재활용'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환경단체 GAIA 문도운 정책연구원은 "맥킨지가 지난 2023년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향후 2030년까지 우리 돈으로 50조원을 투자해 설비를 갖춰도 투입한 폐기물 대비 나오는 화학적 재활용 플라스틱은 4~8% 수준"이라며 "생산 감축, 리필 시스템 구축, 물질적 재활용 등 효과성이 보장된 해결책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원순환정책은 계속해서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제품의 재활용률은 실제 제품에 다시 투입되는 양이 아닌 재활용시설에 투입되는 무게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물질이 섞여들어가면 재활용률은 오히려 높게 집계된다. 자원순환연구소 리룹(Reloop) 손세라 연구원은 "추상적 목표가 아닌 측정 가능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며 "바다 속 플라스틱 쓰레기 무게가 해양생물들의 전체 무게와 맞먹을 정도의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조처를 더 미뤄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날 플뿌리연대는 △플라스틱 생애 전주기의 오염규제 및 생산감축 △대체재 전환보다 제로웨이스트(재사용·리필)를 우선할 것 △열분해 재활용을 재검토할 것 △시스템 전환에서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피해를 최소화할 것 △국가별 자발적 목표가 아닌 하향식 공동목표를 설정하되 차별적 책임을 질 것 등을 요구했다.
김나라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최근 그린피스가 19개국 1만9000여명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8명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동의했고, 한국인 응답자 75%는 일회용 포장재 금지 동의, 80%는 플라스틱 건강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며 "정부는 산업계가가 아닌 80% 시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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