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확률이 3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인의 약 20%가 치매 발병과 밀접한 유전자 조합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 산트파우연구소의 후안 포르테아 박사와 바르셀로나자치대의 빅토르 몬탈 연구원은 6일(현지시간) "ApoE4 유전자를 양쪽 부모로부터 물려받게 되면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95%에 이른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Apoe' 유전자는 체내 지방대사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변이형 중 하나인 Apoe4 유전자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서 50% 이상의 비율로 관찰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해당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반드시' 알츠하이머에 걸린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Apoe4 유전자가 알츠하이머 위험요소에서 '원인'으로 상향 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미국 국립알츠하이머조정센터의 뇌 기증자 3297명과 유럽·미국 코호트연구의 1만명 이상의 임상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Apoe4 유전자 조합을 가진 이들의 95% 이상이 뇌척수액에서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를 보였다.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의 급증은 알츠하이머의 초기증상 중 하나다. 또 해당 유전자를 보유한 많은 이들이 Apoe4 유전자가 없는 이들보다 더 젊은 나이에 인지 기능 저하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Apoe4가 알츠하이머의 위험요소를 넘어 확실한 바이오마커(표식)란 것을 보여준다"며 "Apoe4를 알츠하이머병 예방이나 표적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특히 2019년 조선대 치매 국책연구단에 따르면 해당 유전자 조합은 동아시아인에게 더 높은 빈도로 존재한다. 실제로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미국인에 비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연령이 평균 2년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한국인의 약 20%가 Apoe4 유전자 조합을 갖고 있어 세계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다소 급진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UCL 유전학연구소와 이 학교의 데이비드 커티스 교수는 성명을 통해 "Apoe4 유전자 조합이 있는 경우 알츠하이머가 유전적으로 발현된다는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도 찾지 못했다"며 "Apoe4와 상관없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발병 과정은 대부분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 신경과 전문의 마이클 그레시우스 박사는 "이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사람들이 자신이 Apoe 변이 유전자를 가졌는지 알아선 안된다"고 피력했다. 현시점에서는 Apoe4가 원인인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이를 억제할 방안도 없기 때문에 불안감만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과학·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