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종이처럼 접고 자를 수 있는 의료용 '무선 전기자극 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과 김지윤, 차채녕, 송명훈 교수연구팀은 종이처럼 유연하고 생분해까지 가능한 '종이형 전기자극 물질'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나노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자르거나 접어도 기능을 잃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신체 삽입형 전기자극 기기는 전기적 자극을 통해 신경세포 활동과 조직의 재생을 촉진한다.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신경 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유용하다. 하지만 기존 기기들은 복잡하게 연결된 단단한 전자부품들에 의존하기 때문에 모양과 크기를 실시간 변경하기 어려웠다. 부드러운 신체 조직과의 이물 반응도 유발해 치료 후 제거 수술을 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에 연구팀은 기능성 나노 재료를 실시간 다양한 모양으로 바꿀 수 있는 '종이형 무선 전기자극 물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먼저 외부 자기장에 반응해 전기자극을 생성할 수 있는 '자기전기 나노입자'(Magnetoelectric Nanoparticle)를 합성했다. 서로 다른 물질로 이뤄진 코어와 쉘이 맞붙은 형태로 합성된 '코어-쉘' 형태의 나노결정이다.
합성된 나노입자는 외부 자기장에 반응해 변형을 일으키는 자왜 코어와 이 변형을 전기자극으로 변환하는 압전 쉘로 이뤄진다. 이 특성을 활용하면 외부 자기장에 노출되기만 해도 배터리없이 무선으로 신체 내부에 전기자극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나노입자를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성 나노섬유 내부에 결합했다. 종이 형태의 생분해 가능한 다공성 무선 전기자극 재료를 만든 것이다. 제작된 물질은 종이처럼 부드럽고 유연하다. 뇌 모형과 같은 울퉁불퉁하게 굴곡진 표면을 따라 밀접하게 부착할 수 있다. 필요한 모양에 따라 잘라서 사용하더라도 기능을 잃지 않는다. 시험관 내 실험을 통해 무선 전기자극 효과와 신경세포 활동 촉진 효과를 동시에 검증했다.
최준규 박사후연구원은 "개발된 무선 전기자극 재료를 통해 각 개인의 필요와 신체 특성에 맞춘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진다"며 "전기자극 기반의 의료 응용 분야에서 치료과정을 단순화하고 더 높은 유연성과 범용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손상된 신경을 재생시키기 위한 원통 모양의 신경 유도 도관을 400마이크로미터(㎛) 반지름으로 제작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가공성도 보였다. 재생이 필요한 세포의 방향에 따라 맞춤형 제작해 근처에 위치한 뉴런 세포의 재생 방향을 제어해 상황에 따라 더 효과적인 치료에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생분해 속도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자극이 필요한 기간에 맞게 특성을 설정하고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생분해되는 것이다.
김지윤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개발된 재료는 고유의 기능을 유지하며 장기크기인 수십 센티미터 단위부터 신경세포의 크기인 마이크로미터 단위까지 자유롭게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며 "광범위한 의료분야에서 신속한 프로토타입 제작과 더불어 효과적인 맞춤형 전기자극 치료 솔루션의 개발을 앞당길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벤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5월 2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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