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없었다면 탑승자 다수 생존했을 것"
179명이나 희생된 제주항공 여객기는 비상상황에서도 동체착륙을 무사히 시도했지만 공항 활주로 끝단에서 250m 떨어진 지점에 설치돼 있던 둔덕에 충돌 후 기체가 산산조각나면서 이 '수상한 시설'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활주로 끝에 흙더미와 콘크리트 시설물만 없었어도 피해가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단체 '항공안전재단' 하산 샤히디 회장은 ""활주로 근처의 물체들은 (항공기와의) 충돌시 부서지기 쉬운 물체여야 한다"고 밝혔고, 영국 항공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도 "장애물이 없었다면 여객기에 탑승한 대부분이 생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사고 당시 영상을 보더라도 사고 여객기는 비행기 바퀴가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800m 길이의 활주로 1200m 지점에 비교적 무난하게 내려 활주로를 주행했다. 그러다가 활주로가 끝나고 비활주로 구간을 통과하면서 동체 아랫부분이 쓸려나간듯 파편이 뒤로 튀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동체는 온전해보였다. 그런데 공항 외벽에 부딪히기 직전 흙으로 둘러놓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동체가 부딪히면서 폭발했다.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결정적 원인은 랜딩기어와 플랩(고양력장치) 등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콘크리트 구조물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대규모 사망자가 나온 원인은 착륙 그 자체가 아니고, 동체가 활주로 끝단 바로 너머에 있는 매우 단단한 장애물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외신에 보도되고 있는 다른 전문가들도 "공항에 흔하지 않은 콘크리트 구조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왜 활주로 끝에 이런 구조물이 설치돼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활주로 인근에는 구조물을 세우더라도 통상 비행기와 충돌했을 때를 대비해 쉽게 부서지는 형태로 만든다고 했다. 만약 콘크리스 구조물이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해 이번 참사는 '인재'라는 시각이다.
이 콘크리트 구조물의 용도는 방위각시설이다. 방위각 시설은 비행기 이착륙시 활주로 진입을 돕는 안테나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통 활주로 끝에 세우지만 지면과 같은 높이에 만든다. 무안공항처럼 2m 높이의 둔덕을 만들고 그 위에 방위각 시설을 세운 것은 너무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31일 무안공항 등에 따르면 이 구조물 높이가 2m에 달한 것은 활주로 끝단과 수평을 맞추기 위해 높인 것이다. 지난해 방위각 시설을 새로 교체할 때 콘크리트 구조물을 새로 설치했는지, 이전부터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방위각 시설이 애초 설치됐던 2010년 로드뷰에서도 흙더미 위에 방위각 시설이 설치된 모습이 있다.
전직 항공기 파일럿 더그 모스는 WP에 공항의 레이아웃(배치)이 참사의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활주로를 완전히 평평하게 만드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기에 활주로에 약간의 경사지가 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며, 개인적으로 특이한 공항 설계도 많이 봤다고 소개했지만 "이번 것은 최악(this one takes the cake)"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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