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번갈아 발생하는 '기후채찍질' 현상이 이번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의 불길을 키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후채찍질 현상은 전세계에서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수자원연구소는 기후채찍질 현상이 20세기 중반 이후 전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31~66%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후채찍질(Climate whiplash)은 매우 습하거나 건조한 상태가 빠르게 변동하는 현상으로, 가뭄과 홍수가 각각 발생할 때보다 훨씬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마르고 딱딱한 땅은 폭우를 흡수하기 어려워 홍수 피해를 증가시키고, 마른 땅이 갑자기 물에 젖으면 산사태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또 폭우 후 기온이 급증하면 독성 조류와 더불어 질병을 옮기는 모기나 쥐가 번성할 수 있다.
기후채찍질 현상은 대기가 따뜻해져 수증기 보유량이 증가하면서 발생한다. 이로 인해 비가 올 때는 폭우가 더 많이, 건조할 때는 더 심한 가뭄이 발생한다. 폭우를 쏟아내고 건조해진 대기가 토양과 식물에서 더 많은 물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효과를 스펀지가 물을 흡수한 다음 쥐었을 때 방출하는 것에 빗댔다. 온도가 상승할수록 이 대기 중 스펀지는 더 빠르게 커진다.
연구팀은 수백 건의 이전 연구를 평가해 기후채찍질 현상의 추세를 파악한 결과, LA 산불이 이 기후채찍질로 인한 재해라고 결론내렸다. 산불이 발생한 LA 카운티는 수년간 이어진 가뭄에 이어 겨울철 폭우·폭설이 내리면서 풀과 덤불이 풍성하게 자랐다. 이후 2024년 또다시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에 식물이 말라붙으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
동아프리카, 파키스탄, 호주의 이상홍수와 유럽, 중국의 폭염도 대표적으로 기후채찍질의 영향을 받은 사례다. 가령 동아프리카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2000만명이 식량부족을 겪었다. 직후 2023년 말에는 폭우가 내려 수천 헥타르의 농사를 망치고 2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생겼다.
연구팀은 특히 중부·북부 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에서 기후채찍질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기후채찍질 현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인구밀집도가 높은 데 비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이 현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구기온이 3℃까지 오르면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 추세대로 가면 지구는 2.7℃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구팀은 "극도로 습한 상태와 건조한 상태를 빠르게 오가는 현상은 현재의 물과 홍수 관리 인프라뿐만 아니라 재난관리, 비상대응 및 공중보건시스템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변화하는 기상현상의 양상을 재난계획 및 인프라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리뷰스 어스 앤 인바이어런먼트'(Nature Reviews Earth and Environment)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