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美 기후정책 어디까지 후퇴할까?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1-20 19:11:24
  • -
  • +
  • 인쇄
(사진=AP 연합뉴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미국의 기후정책가 대거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취임하는 20일 오후 12시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됐던 친환경 정책을 상당수 철회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우선 트럼프는 전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을 역행해 친(親)화석연료 정책으로 노선을 변경할 예정이다. 그는 대선과정에서 미국 석유 대기업들에게 10억달러의 선거기부금을 요청하면서 자신이 백악관에 복귀하면 환경규제를 철회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내렸던 신규 석유시추금지 조치도 철회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2023년부터 LNG 최대 수출국이다. 케이플러 선박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LNG 수출량은 8690만톤으로, 전년보다 72만톤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시추 방식도 환경을 가장 많이 파괴하는 프래킹(fracking) 공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프래킹은 암반에 액체를 고압으로 주입해 균열을 내는 공법으로, 이 과정에서 사용된 화학물질이 식수를 오염시킬 수 있고, 메탄 등 대기오염물질을 방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작은 지진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2023년 미국은 생산한 원유 가운데 64%에 해당하는 약 30억배럴을 이 공법으로 채굴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신규 유전의 약 95%가 프래킹 공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만큼 미국의 LNG 수출 인프라 규모가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비용을 낮추고자 시장 공급량을 늘리게 되면 기업의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후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또 탈퇴하면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 거버넌스가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국가들의 탄소감축 의지를 떨어뜨리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 미국을 따라 기후행동에서 이탈하는 국가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눈치를 보면서 기후목표를 보류하는 국가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손바닥 뒤집듯하는 기후정책으로 인해 화석연료 투자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 정부 이후에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게 되면 기후정책은 다시 뒤집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던 영국 버밍엄대학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다음 대선에 또 민주당이 이기고 다시 상황이 역전돼 4년 안에 자금이 끊기고 사업이 불법화될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기업이 투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원조도 끊겠다고 엄포다. 이는 유엔 인권이사회 등 주요 국제기구를 통해 환경·인권운동가들에게 가는 지원을 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2017년 집권할 당시에도 해외원조를 3분의1 이상 삭감하려다가 의회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같은 시도를 하게 된다면 공화당이 다수당이어서 큰 반발없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물 및 에너지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에 저항하는 원주민과 운동가들에 대한 탄압을 묵인하고 이들의 인권보호도 외면할 수 있다. 이 경우 동맹국들과 맺은 광물 파트너십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핵심 광물에 의존하는 청정기술과 방위 산업이 겹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이 안보 목표를 유지하면서 에너지 전환 지원을 중단하는 결정은 위험할 정도로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까지 완전히 해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인수위원회는 IRA법을 백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IRA 보조금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보고 있어서 IRA 백지화를 반대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가 기후정책을 철회하더라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1~66% 줄인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IRA가 그대로 유지되고 화석연료 규제만 폐지하는 것만으로도 2035년까지 배출량 감축량이 31~51%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청정기술 혁신을 위한 R&D 및 인프라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하면 미국은 청정에너지 경쟁력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슈퍼주총' 시즌 자사주 소각 서두르는 기업들...기업가치 개선될까?

3월 '슈퍼주총'을 앞두고 기업들이 앞다퉈 자사주 소각에 나서고 있다.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상장사들은 보유하

"재생에너지 비중 높을수록 국제유가 충격 줄어든다"-英CCC 분석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유가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대가 에너지 가격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11일(현지시간) 영국 기

현대차, 中업체와 손잡고 인니 EV배터리 재활용 순환체계 확보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 순환경제 거점을 마련한다.현대차그룹은 중국 '저장화유리사이클링테크놀로지(화유리사이클)'와 12일 서울 양재

국민연금 기후 주주관여 '반토막'…대상 기업 29개에서 13개로

기후리스크가 주요 투자위험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기후관련 주주관여 활동이 최근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11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

"기후는 핵심 재무리스크"…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논의

금융위원회가 상반기 중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에 기후관련 원칙과 지침이 사실상 빠져있다는 지적이 국회 토

KCC, 서초구 주거환경 개선 힘쓴다...9년째 맞은 '반딧불 하우스'

KCC가 서초구와 손잡고 올해도 지역사회 주거환경 개선에 나선다. 양 기관은 2026년 '반딧불 하우스'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9년째 이어

기후/환경

+

봄 건너뛰고 초여름?...美서부, 3월에 30℃ 이례적인 봄날씨

미국 서부지역에 이례적인 3월 폭염이 예보되면서 봄철 기온 패턴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12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

커피값 또 오르나?...기후변화에 브라질 커피벨트 '물폭탄'

브라질 커피 생산의 중심지에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가 잇따르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해 이러한 극단적 강우가 더욱 심해질 수

호주, 석탄광산 채굴 2038년까지 연장…1.5℃ 기후목표 '흔들'

호주에서 대형 석탄광산의 채굴기간 연장이 승인되면서 1.5℃ 기후목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12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퀸

[주말날씨] 드디어 '봄이 왔다'…일교차는 15℃ 이상

이번 주말부터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완연한 봄날씨를 만끽할 수 있겠다. 다만 일교차는 매우 커서 감기 조심해야 한다.토요일인 14일에는 이동성 고기

온난화로 심해까지 '뜨끈'...미생물은 오히려 활발해진다?

온난화가 심해까지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양생태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양 미생물 일부가 이러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있을 가

기후변화에 전쟁까지 '겹악재'...이란 '물부족' 사태 더 심해져

기후변화로 수년째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는 이란이 미국과의 전쟁으로 물 부족 사태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전쟁이 발생하기전부터 가뭄과 폭염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