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기후리더십이 크게 약화되고, 유럽연합(EU) 중심의 친환경 규제는 강화되면서 기후정책의 양극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정세 상황을 고려해 우리나라는 다각적인 녹색시장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7일 한국환경연구원은 반(反)환경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가 이달 20일(현지시간) 취임하면 1기 정부와 비슷한 양상으로 기후·환경 정책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1기의 기후·환경 정책의 주요 기조는 전임 오바마 정부에서 시행했던 기후환경 정책을 모두 지우는 것에서 시작했다.
트럼프 1기 정부는 오바마 정부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를 위해 추진한 청정전력계획(CPP)을 백지화하고, 화석연료와 전기차 연비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파리기후변화협약도 탈퇴했다. 특히 자국 내 화석연료 생산과 수출을 확대하고 석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분야 전반의 규제를 완화하는 '에너지 우위 전략'을 펼쳤다. 이런 식으로 완전히 폐지한 기후·환경 관련 정책 및 제도만 98개에 달했다.
이에 연구원은 곧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정부 역시 1기 때처럼 전임 정부가 시행하던 정책을 부정하는 것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바이든 지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 재탈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철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세액공제 축소 등을 내걸었다. 또 바이든 정부 환경청(EPA)에서 수립한 메탄 배출,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화력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등에 대한 규제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에 의해 미국이 파리협정을 또 탈퇴하게 된다면 5년 단위로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NDC도 수립할 필요가 없게 된다. 바이든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겠다는 2030 NDC를 수립한데 이어, 2035년까지 61~66% 감축하겠다는 2035 NDC를 수립했는데, 트럼프가 이 계획을 백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이같은 공약들이 실현되면,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의지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기후정보 웹사이트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의 기후정책 대부분이 폐기될 시 미국의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 대비 28% 감소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당초 미국의 목표 배출량보다 40억톤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반대로 유럽연합(EU)은 강력한 환경규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량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EU는 올해부터 신차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한선을 기존 110.1g/㎞에서 93.6g/㎞로 강화할 예정이며, 유예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역외 생산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등 6개 품목에 대해 탄소가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한다. 뿐만 아니라 에코디자인이나 미세플라스틱 등 전반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전세계 기후위기 패권은 미국에서 유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연구원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기후리더십을 포기할 경우 이해관계에 따라 규제가 느슨해지는 국가들과 EU 중심의 강력한 규제를 하는 국가들로 양극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에 근거한 NDC를 기반으로 일관된 정책과 전략을 이행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제안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이 기후리더십 부재 속에서 한국이 다자주의적 협력을 강화해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고, 기술개발과 녹색금융 지원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한다"며 "양극화 된 기후정책 상황 속에서 다각적인 녹색시장 접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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