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 철강이 끝 아니다?...車보다 반도체가 더 '날벼락'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1 18:51:50
  • -
  • +
  • 인쇄
▲올 상반기 가동예정인 현대차그룹의 美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사진=현대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월 12일부터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국내 수출효자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도 만지작 거리고 있어 국내 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만약 한국산 반도체와 자동차에도 관세 부과가 결정된다면 미국 현지에 생산라인이 아직 가동되지 않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가 자동차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 6838억달러(약 994조4040억원) 가운데 대미 수출액은 1277억9000만달러(약 185조7683억원)다. 전체 수출규모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8.7% 정도다. 대미 수출액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 바로 자동차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된 자동차 규모는 약 49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반도체 수출규모는 자동차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5조6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관세가 부과되면 자동차 품목이 더 큰 타격을 입겠지만 실제로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그다지 많지 않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대부분이 현지공장에서 이미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170만8293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68만대가 현지에서 생산된 자동차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는 2006년부터 미국 앨라배마주에 연산 33만대를 갖춘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기아는 2009년부터 조지아주에서 연산 35만대의 생산공장을 가동중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기종은 투싼, 싼타페, 싼타페 하이브리드, 싼타크루즈, 제네시스 GV70과 GV70 전동화 모델, 기아 스포티지, 쏘렌토, 텔루라이드, EV9 등이다.

여기에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연산 50만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조지아에 짓고 있다. HMGMA에서는 전기차 '아이오닉5'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잘 팔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하이브리드 차량도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생산캐파는 더 커지게 된다. 

HMGMA까지 본격 가동되면 현대차의 미국 생산캐파는 110~120만대로 늘어나게 된다. 미국의 연간 판매물량 170만대 가운데 최대 120만대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자동차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현대차는 소나타 등 한국에서 생산돼 수출되는 30% 물량에 대해서만 관세를 물게 된다. 타격이 없지는 않지만 심각한 수준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반면 아직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완공하지 못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품목은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위탁제조) 공장을 운영중이고, 2026년 완공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파운드리 공장 일부 라인을 메모리 양산으로 변경할 수 있으나, 추가 자본과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처는 어려울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역시 2027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중이다. 당장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적용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량을 쉽게 늘릴 수 없는 반도체 업계는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아직 관세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바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움직임은 없다"면서 "내부에서 상황을 예의주시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제조공장을 늘리는데 관세를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 제조업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백악관은 지난 2일 설명자료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건설한 HMGMA를 '관세 카드 효과의 모범사례'로 꼽았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주력 생산공장을 줄줄이 미국으로 옮기게 된다면, 대기업 협력사까지 동반 이동할 가능성도 높아서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는 크게 취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프랑스, 내년부터 화장품·섬유에 'PFAS' 사용금지

프랑스가 내년부터 화장품과 섬유에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 사용이 금지된다.프랑스의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경기도, 전국 최초로 '기후테크 산업육성 조례' 제정

기후테크의 정의와 사업 육성 지원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담은 '기후테크 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경기도에서

LG화학, 여수공장과 中텐진 '폐기물 매립제로' 국제인증 획득

LG화학이 폐기물을 매립하지 않고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국제인증을 한국과 중국 사업장에서 동시에 받았다.LG화학은 국내 여수 화치공장과 중국 톈진

SK케미칼, CDP 기후변화 분야 평가 'A등급' 획득

SK케미칼이 글로벌 평가기관으로부터 ESG경영 성과를 인정받았다. SK케미칼은 최근 국제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로부터 기

KCC, 폴리우레아 방수·바닥재 '환경표지' 인증

글로벌 응용소재화학기업 KCC가 폴리우레아 방수·바닥재 '시공시스템'에 대해 환경표지 인증을 획득했다고 20일 밝혔다. 환경표지 인증은 '환경기

코오롱 어린이 드림캠프…장학생 30명 3년간 지원

코오롱그룹이 올해 30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3년간 지원할 예정이다. 코오롱그룹 비영리 재단법인 꽃과어린왕자는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경기 용인 코오

기후/환경

+

'2026 월드컵' 축구선수들 전례없는 기후스트레스 겪는다...왜?

오는 2026년에 치뤄지는 'FIFA 월드컵'에 참가하는 축구선수들은 높은 온도와 습도에 노출돼 건강에 큰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20일(현

"석유 시추금지 풀지마"...환경단체들, 美트럼프 대상 소송제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환경단체로부터 2건의 소송을 당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첫번째 소송이다.19일(현지시간) 그린피스와 생물다

탄소감축의 획기적 방법?...CO2가 재생연료 '메탄올'로 변신

온실가스의 주범 이산화탄소(CO2)를 재생연료로 변신시킬 수 있는 촉매가 미국에서 개발됐다.왕해량 미국 예일대학 화학과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18일(

2000년 이후 해수면 1.8cm 상승..."빙하 6.5억톤 녹은탓"

2000년 이후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약 1.8cm 상승했고, 앞으로 녹는 속도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9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학교 탄소배출 줄이자'...본지 참여 '넷제로앳스쿨' 대구 20개교 진행

기후변화 뉴스를 중점 보도하고 있는 뉴스트리가 학교를 대상으로 탄소를 감축하는 '넷제로앳스쿨' 프로젝트의 '넷제로 얼라이언스'로 참여한다.'넷제

美 환경규제 '뒷걸음'?…트럼프 기후내각 친환경 반대자들 대거 포진

화석연료 옹호자부터 빅 오일 기업가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내각은 '드릴, 베이비 드릴'이라는 선거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인선으로 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