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올린 '관세전쟁'으로 미국으로 향했던 친환경 프로젝트 자금이 다른 나라로 분산되면서 오히려 전세계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친환경 기술도 부족하고 자금마저 이탈하는 미국은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전세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하기 시작한 상호관세 등이 세계 경제 침체를 촉발하고 기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하는 한편 이를 통해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에너지 전환이 촉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레슬리 아브라함스 부소장은 관세가 미국의 청정에너지 도입을 방해하고 미국을 세계 시장의 변방으로 밀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브라함스 부소장은 "미국은 그동안 청정에너지 기술을 수입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이번 관세정책으로 미국의 청정에너지 비용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례로 미국은 중국과 관세갈등을 겪으면서,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기술에 대한 접근이 차단돼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에서 다른 나라보다 뒤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앞으로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라며 "대신 유럽연합(EU), 중국 등이 청정 에너지 기술 선진국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펼쳤던 친환경 인센티브를 철회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추진중인 친환경 프로젝트와 초기단계 청정기술 연구 및 개발에 대한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있고, 이는 미국을 청정에너지 선진국 반열에서 밀려나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친환경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의 마리나 도밍게스 신에너지 부문 책임연구원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기후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가다. 그런데 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는커녕 앞으로 더 늘어날 일만 남았다. 우선 인공지능(AI)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게 될 것이고, 여기에 관세 영향으로 수입은 줄고 자국 제조업 생산이 늘면서 에너지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리나 책임연구원은 "에너지 산업이 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선 화석연료를 쓰게 된다"며 "이는 곧 탄소배출량 증가로 이어지며 탄소중립을 향한 행보에 큰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전세계 에너지 전환과 재생에너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기후캠페인단체 350.org는 "미국은 이미 친환경 에너지 경쟁에서 밀려났고, 미국으로 향하던 친환경 투자가 세계 각국으로 분산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350.org 안드레아스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미국인들만 괴롭힐 뿐,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늦추지 못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그와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청정에너지 시장으로부터 미국을 고립시키고 미국 소비자들의 에너지 비용을 증가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한 대형에너지 회사 고위임원 역시 "미국에서 진행되던 프로젝트에서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려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점쳤다. 이 임원은 "우리는 더 적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일을 진행할 것"이라며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수요는 늘어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멈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미국을 제외하면 늘어난 공급망을 관리하기 쉬워질 것"이라며 "미국이 청정에너지 분야에 불안정한 무대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다른 무대를 찾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