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인구의 무려 89%가 더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다수가 자신은 소수에 속한다는 착각으로 인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125개국 13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9%는 자국 정부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기후대응을 위해 매달 가계 소득의 1%를 기부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50% 이상의 시민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른 시민들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43%로 나왔다. 그리스와 가봉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인식과 현실의 차이가 최대 40%p에 달했다.
미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호주 등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77%를 차지하는 G20 회원국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125개국은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96%를 차지한다. 세계 최대 오염국인 중국 응답자의 97%가 정부가 기후대응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답했고, 5명 중 4명은 소득의 1%를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브라질, 포르투갈, 스리랑카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오염 국가인 미국은 응답자 74%가 더 많은 기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답하면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또 절반에 가까운 48%는 소득의 1%를 기부할 의향이 있었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러시아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 2024년 진행된 시민기후투표(People's Climate Vote)에서도 투표자 80%가 자국의 기후행동이 더 진전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연구팀은 정치인들이 이러한 국민인식을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의원들이 육상 풍력 발전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과소평가했다. 미국에서는 의회 직원의 거의 80%가 탄소배출량 제한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50%p 이상 과소평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중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찬성 견해가 실제로 대다수라는 사실을 알리면 사회적 전환점이 마련되고 지도자들이 시급히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중은 본능적으로 다수의 의견에 이끌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고 생각되면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앤서니 라이세로위츠 미국 예일대학 교수는 "가장 강력한 기후소통 방식 중 하나는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것이 인간의 탓이며, 심각한 문제이고, 우선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시아 프란츠 미국 오벌린칼리지 교수는 "현재 사람들은 속으로만 기후변화를 걱정하고 있다"며 "우리는 침묵의 소용돌이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개발계획(UNDP) 소속 캐시 플린은 "사람들은 우리가 기후비상사태에 처해 있다는 것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세계 지도자들이 과감하게 나서기를 바란다. 지도자들은 이번 데이터를 기후위기에 맞서라는 강력한 호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학술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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