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내년 시행할 4차 할당계획 이달내 완료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9일 서울 상의회관에서 열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4차 할당계획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제조업의 생산비용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이번 조치로 배출권 비용까지 추가 부담하게 되면 생산 가동 축소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업 경쟁력을 고려해 예비분을 적정 수준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2015년부터 시행중이며, 정부가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미리 할당해 그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고 여유분 또는 부족분을 다른 업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환경부는 3차 계획기간이 올해 완료됨에 따라, 내년부터 시작될 4차 계획기간 할당량과 운영방식을 이달내로 확정할 계획이다.
4차 할당계획의 기준이 되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은 24억8800만톤으로 설정됐다. 이는 3차 허용총량 30억3551만톤보다 5억4751만톤 줄어든 것이다. 허용총량 가운데 사전할당량은 22억6400만톤으로, 7억6300만톤이 발전 부문이 차지한다.
이에 환경부는 4차 할당계획기간에 전기와 에너지 등 발전부문 유상할당 비율을 현행 10%에서 내년부터 20%로 올리고, 매년 단계적으로 상향시켜 2030년에 50%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2030년에 배출하는 탄소의 절반을 돈을 주고 상쇄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또 산업과 건물, 수송 등 '발전 외 부문'은 현행 10%에서 내년부터 15%로 올리고,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은 유상할당 비율이 종전대로 0%로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아울러 환경부는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우리나라 배출권 가격도 정상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가 최근 제4차 배출권 할당계획 의견수렴을 위해 산업계와 논의한 내용에 따르면, 배출권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배출권 예비분은 지난 3차 계획기간의 예비분인 1400만톤 대비 대폭 증가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4차 계획기간에는 1~3차와 달리 시장안정화조치 용도 예비분이 배출허용총량 내에 포함되면서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사전할당량이 큰 폭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더욱이 이 예비분은 발전 부문을 제외하고 산업 등 다른 부문(발전 外부문)에서만 차감돼 산업계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8일 열린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차 배출권 할당대상 업체를 774곳으로 선정하고, 현행 10% 발전부문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높이기로 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가 28조원, 부채가 2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유럽은 배출권거래제 시행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유상할당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3년간(2022~24년)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7차례에 걸쳐 상승해 2024년 기준 1킬로와트시(kWh)당 168원으로 주택용 157원보다 11원 비싸졌다. 우리나라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은 107% 수준으로 독일(65%), 미국(74%), 일본(88%)과 비교해 상당한 격차가 있다.
또 정부는 상쇄배출권 사용한도를 기존 5%에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상쇄배출권은 기업이 직접 감축하기 어려운 경우 해외 등 외부에서 감축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감축성과를 의미한다. 정부는 1·2차 계획기간에 상쇄배출권 사용한도를 10%까지 허용했으나, 3차 계획기간에 5%로 축소한 바 있다.
국제 감축사업을 추진 중인 한 사업자는 "국내 산업의 구조적 특성과 국제적 감축 흐름을 고려할 때 상쇄 활용 한도를 조정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과 저탄소 기술 확산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일본 등 주요국이 적극적으로 국제감축을 활용하는 만큼 우리도 최소 5% 수준은 보장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설계가 필수적이다"며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산업 경쟁력 유지를 균형 있게 고려해 제도를 보완해 나간다면 우리 기업은 국제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고,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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