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일산화탄소를 이용해 연료전지 촉매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료전지연구실 박구곤·권용민·이은직 박사 연구팀이 인체에 유해한 일산화탄소를 활용해 금속을 0.3 나노미터(머리카락 굵기의 30만분의 1) 수준의 두께에서 정밀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연료전지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코어-쉘(Core-shell) 촉매'를 기존보다 쉽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어 관련 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어-쉘 구조 촉매는 촉매를 구성하는 알맹이와 껍질을 서로 다른 금속으로 만든 촉매다. 대체로 알맹이(코어)에 저가 금속이 활용되고, 껍질(쉘)에는 연료전지의 반응을 촉진하는 백금이 활용된다. 이를 활용하면 값비싼 백금을 소량만 사용해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어 연료전지의 경제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고성능의 코어-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0.3 나노미터 수준의 쉘을 코어 표면에 정밀 코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코어에 저가 금속인 구리를 얇게 깔고, 그 위에 백금을 증착하는 '언더포텐셜 구리 증착법'(Cu-UPD)을 주로 활용한다.
하지만 구리를 원자층 수준으로 코팅하려면 매우 정밀한 전압 조절과 금속 표면의 산화물층을 제거하는 추가 공정, 그리고 별도의 환원제도 필요하다. 이렇다 보니 대량 생산 과정이 복잡해지고 생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일산화탄소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 '일산화탄소 흡착 유도 증착법'(CO AID, CO Adsorption-Induced Deposition)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하면 추가 공정과 환원제 없이도 금속을 정밀 코팅할 수 있어, 공정에 들이는 시간을 기존 공정 대비 10분의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일산화탄소가 가진 강한 흡착력에 주목했다. 일산화탄소는 금속에 흡착하는 성질이 있어, 사람이 흡입하면 혈액 속의 금속(철) 이온에 강하게 흡착하고 산소 운반을 막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유해기체로 분류되는 이유다.
이에 착안한 연구진은 일산화탄소를 코어 금속의 표면에 단일 분자층 형태로 흡착되게 했다. 이후 분자층 위에 백금 입자만 선택적으로 환원시켜 0.3 나노미터 수준의 두께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활용하면 최소 30분에서 최대 2시간 이내에 킬로그램 단위의 코어쉘 촉매를 합성할 수 있다. 약 24시간 이상 소요되는 기존 구리 증착법의 공정시간을 크게 단축한 성과다. 또 일산화탄소의 자발적인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전기화학 장치나 환원제 없이 공정을 구성할 수 있다.
연구진은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팔라듐, 금, 이리듐 등의 금속에 백금을 얇게 입힌 코어-쉘 구조 촉매를 제작했다. 이 중 팔라듐 기반의 백금 코어쉘 촉매는 상용화된 백금/탄소(Pt/C) 촉매보다 산소환원반응(ORR)은 약 2배, 내구성은 1.5배 향상됐다.
연구를 주도한 박구곤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일산화탄소의 유해성을 '나노 수준 박막 제어의 도구'로 전환시킨 발상에서 출발했다"며 "원자 단위에서 물질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합성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공정시간도 대폭 단축해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기술"이라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권용민 박사는 "일산화탄소라는 간단한 분자를 활용해 원자층 수준에서 금속 나노입자 표면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연료전지 촉매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반도체, 박막 소재 등 나노입자 제조 기술 고도화에 큰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IF 16.1)'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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