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웃도어업체들은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숏패딩'. 가볍고 얄상스러운 스타일의 '숏패딩'을 입고 있는 톱모델 탓일까.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옷장 한켠에 두툼하게 자리하고 있는 롱패딩을 꺼내 입고보니, 침낭에 갇힌 듯한 내 몸에 괜스레 '숏패딩'에 눈길이 간다.
한때 롱패딩의 인기는 대단했다. '겨울 교복'이라고 불릴 정도로 롱패딩 안입은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롱패딩의 열기는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왔던 201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Black suit'로 컴백한 슈퍼주니어가 한 홈쇼핑에서 롱패딩을 팔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슈퍼주니어의 롱패딩은 '없어서 못팔 정도'였다. 이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단들이 롱패딩을 입고 나오면서 구매 열기를 더 뜨거워졌다.
그러나 이제 롱패딩의 열기가 시들해졌다. 이미 살 사람은 모두 사서 더이상 판매되지 않는 탓일까. 롱패딩이 점령했던 아우터 시장에서 올해는 그 자리를 '숏패딩'이 차지하는 모습이다.
6일 뉴스트리가 네이버 데이터랩을 분석한 결과, 롱패딩과 숏패딩의 자리바꿈이 확연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7년 10월~12월까지 롱패딩에 대한 검색이 전부였다. 숏패딩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현상은 2018년에도 비슷하게 이어지다가 2019년들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9년 12월 14일은 숏패딩 검색비율이 롱패딩보다 많았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숏패딩'으로 몰리면서, '숏패딩'은 올겨울 아우터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것이다.
변화한 소비 트렌드에 맞춰, 올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너도나도 숏패딩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MLB(엠엘비)'는 컬러풀한 숏패딩 컬렉션을 출시했고, K2와 네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플리스+숏패딩 리버시블(뒤집어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내놨다. 숏패딩의 원조격인 노스페이스 역시 '1992 눕시 다운 재킷'을 선보인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유독 유행에 민감하다.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발렌티노 사씨는 "한국의 고객들은 유난히 유행에 민감할 뿐 아니라 취향이 대단히 고급스럽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롱패딩을 놔놓고 또 숏패딩을 살지는 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한벌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니, 또다른 '등골 브레이크'가 될 수도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롱패딩과 숏패딩은 바통터치를 하듯 서로 유행을 주거나 받거니 해왔다. 2000년 초반 유행했던 롱패딩이 숏패딩에 밀렸다가 2017년 다시 빛을 본 것처럼, 숏패딩의 인기도 또 시들해질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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