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연 인디그라운드 총괄 매니저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온라인 독립영화관' 개관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독립영화관' 상영 공모전에 접수된 작품만 814편. 한달여 기간동안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장편 20편, 단편 50편, 총 70편의 독립영화들이 곧 관객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 모든 준비를 인디그라운드에서 하고 있다.
그래서 바쁘다는 이지연 매니저는 "인디그라운드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올 8월 28일 출범한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라고 소개하며 "인디그라운드는 지금까지 각자 생존을 도모하며 산발적으로 움직였던 독립영화들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독립영화 유통배급을 지원한 조직은 인디그라운드가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가 이 역할을 맡았지만 지난 2011년 2월 문을 닫으면서 국내에서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조직은 명맥이 끊어졌다.
이지연 매니저는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국내에서는 독립영화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면서 "거기에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예산마저 삭감되면서 한국의 독립영화 산업은 지난 10년간 암흑기에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10년의 공백기동안 독립영화 산업은 각자 살아남기 위해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고.
지원시스템이 버젓이 존재했던 10년전, 독립영화 산업은 당당히 세상으로 걸어나오며 '1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지원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이제 '1만 관객'을 모으기도 힘든 지경이 됐다. 독립영화를 틀어줄 상영관이 제대로 없으니, 잘 만든 독립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날 기회조차 사라졌던 것이다.
"사실 창작자와 관객 사이에 유통, 배급사, 활동가, 상영가, 기획자 등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말한 이지연 매니저는 앞으로 인디그라운드를 통해 유기체처럼 서로 연결된 '독립영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지원조직이 없던 10년동안 이들은 각개전투를 하며 각자 생존했지만 이제 인디그라운드에서 이들을 연결해주는 작업을 할 것"이라며 "극장과 커뮤니티시네마,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인디그라운드는 이미 '넥스트 링크'라는 사업을 통해 독립영화 감독들과 배급사를 연결하는 장을 마련했다. 후속으로 내년 3월부터 '퍼스트 링크'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퍼스트 링크'는 독립영화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유통이나 배급 등에 대한 과정을 교육해주는 사업이다.
이지연 매니저는 "한국의 독립영화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영향력이 확장될 수 있도록 인디그라운드가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이 최근 5개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휩쓰는 등 한국 독립영화는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디그라운드는 앞으로 해외에 배급된 한국의 독립영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한편 해외 유통배급사들도 파악해나갈 예정이다.
해외에서 한국 독립영화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비해 국내에서는 독립영화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이 매니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독립영화에 대해 '정치적'이고 '무겁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는 독립영화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이를 비판하기 위해 독립영화 장르가 생겼고, 정권은 이런 독립영화들을 상영하지 못하도록 막아오면서 한국 독립영화 산업은 굴절된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지연 매니저는 "물론 사회의 민감한 문제들을 다루는 독립영화들도 있지만 요즈음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독립영화들이 많다"며 "독립영화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없애는 것도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여름의 판타지아'와 같은 독립영화는 여행을 주제로 로맨스를 담아냈고, 사춘기 소녀의 시각을 담아낸 '벌새'는 기존 상업영화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실험적이고 재밌는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는 '독립영화의 가치는 결국 다양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영화는 넓은 스펙트럼의 다양한 주제들을 담고 있다"며 "개인의 삶부터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들을 다루면서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에 독립영화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도 출발점은 독립영화였다. 봉 감독은 독립영화를 제작하면서 감독으로서 기량과 실력을 다졌던 것이다. 이에 자극받은 유능한 젊은 감독들은 줄줄이 독립영화에 뛰어들면서 한국의 독립영화 산업은 현재 엄청난 에너지가 응축돼 있는 상태다. 이 응축된 에너지가 독립영화 '제2전성기'를 활짝 열어갈 것으로 본다는 이 매니저는 "독립영화는 새롭고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면서 "인디그라운드를 통해 독립영화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인디그라운드의 '온라인 독립영화관'(www.indieground.kr)에서 상영하는 70여편의 작품들은 이르면 12월말, 늦어도 1월초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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