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90% 취소되면서 관련업계 '초토화'
A씨는 "코로나가 심했을 땐 정말 매출이 0원이었다"며 "차에 장비를 싣고 행사장에 가는 길에 취소가 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대출을 받아 회사는 유지했던 A씨는 더이상 대출받을 곳도 없었다. A씨는 "여기저기 돈을 많이 빌렸다"면서 "더이상 대출받을 수도 없어서 당시는 정말 너무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B씨는 지난해 2월 한 마이스업체에 취직했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을 간신히 통과했지만 B씨는 출근한지 얼마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 B씨는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택근무를 하려니 동료들에게 질문하기도 힘들고,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B씨는 휴직을 해야 했다. 휴직 6개월은 월급의 70%를 받았지만 이후부터는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A씨는 지난해 9월 직장을 퇴사했다. B씨는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급휴직으로 마냥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면서 "결혼도 연기되고 너무 억울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 행사 90% 취소 "진짜 숨만 쉬어요"
마이스(MICE) 산업은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s), 전시(Exhibitions)를 유치하거나 개최하는데 필요한 서비스 산업을 총칭한다. MICE 산업은 행사 참가자들이 행사지 숙박과 쇼핑 그리고 주변지역 관광, 문화 등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전후방 산업효과가 크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MICE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MICE 시장은 4조원 규모다. 관련기업은 2700여개에 이르고, 종사자들도 2만1000여명에 달한다. 이같은 이유로 정부는 마이스 산업을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인식해 2009년 17대 국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마이스(MICE) 업계는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전국적으로 확산세가 심해지던 지난해 2월~5월까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국 거의 모든 전시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한국전시산업진흥회는 "코로나로 인한 2020년 전시 산업의 피해액은 최대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코로나19의 관광산업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서도 마이스업계의 피해규모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국제회의업체 모두가 2019년보다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다. 감소율도 평균 84%에 달했다.
◇ 대출받아 회사 연명···무급 견디다 퇴사
서울의 경우 2020년 상반기 개최 예정이었던 마이스 행사가 90%나 취소됐다. 부산의 경우도 예년보다 매출이 80% 이상 감소했다.
마이스업계 한 관계자는 "메르스(MERS)와 사스(SARS)도 힘들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지금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겨우겨우 숨만 쉬면서 버티거나, 버티다가 지쳐서 문을 닫은 곳도 많다"며 심각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 때문에 업계 종사자들의 근무환경도 불안정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회의업 종사자들 대부분이 코로나 이후 정상적으로 근무하지 못하고 있다. 무급휴직 8%, 유급휴직 24%, 임금삭감 8%, 교대·단축근무 10% 그리고 퇴사자도 16%나 됐다. 10명 중 3명만 정상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업체 대표들은 대출을 받아 월급을 주며 버티고 있지만 그마저도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출이 80% 이상 줄었는데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부산관광공사는 "국제회의 개최 가능시기는 2023년 5월로 예측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전처럼 활발히 국제회의가 개최되려면 앞으로 2년 이상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절망적인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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